엊그제 어버이날에 군에 가 있는 아들이 연신 전화를 했다. 나하고만 통화를 하고 밖에 나가 있는 엄마하고는 통화를 하지 못해 두 번 세 번 전화를 걸었다. 너, 부대에서 이렇게 많이 전화를 걸어도 되냐고 묻자 오늘은 어버이날이고 부대에서도 모두 부모님께 감사 전화를 하라고 시킨다고 했다.
나 역시 아이에게 전화를 더 할 수 있으면 시골에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도 전화를 드리라고 시켰다. 그러면서 어느 해 어버이날이 생각났다.
어느 어머니가 오늘처럼 어버이날이 이틀이 지난 날에 하루 종일 카네이션을 달고 다녔다. 그걸 보고 다들 어버이날이 지난 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꽃을 달고 다니냐고 하자 그 어머니가 이렇게 대답했다.
"집에 있을 때 늘 말 안 듣고 말썽만 부리던 아들이 군에 갔잖아요. 그 아들이 보내온 건데 그게 어제 저녁에 도착했어요. 나도 날이 지난 줄 알지만 그걸 어떻게 그냥 둘 수가 있어야지요. 늦은 줄 알지만 이걸 애써 보낸 아들 생각해서 오늘 하루 달고 다녀야지요."
그렇게 꽃을 단 날조차도 어머니에겐 어버이날이 아니라 아들의 날이었던 것이다.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