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가 환율급락, 내수침체, 원가상승 등의 3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일부 자동차 업체 노조들의 불법 행위와 상생 경영 외면 등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현대자동차에서는 비정규직 노조원들에 의한 공장 무단 침입, 폭행, 무단점거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채용 비리 사건 이후 노사 상생을 다짐했던 기아자동차 노조원들은 주문량이 밀려드는 상황에서 특근 거부 투쟁에 나서 노사 상생 선언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원들은 울산지법으로부터 퇴거 단행 및 출입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았는데도 불구, 울산 제5공장 일부 시설을 무단 점거한 채 100여일이 넘도록 농성을 벌이고 있다. 특히 최근 비정규직 노조원 30여명은 제5공장 의장라인에 무단 침입,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현대차 관리직 직원 5명에게 폭력까지 휘두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노조 게시판 등에는 ‘수출 주력 기업의 생산 현장이 불법 투쟁 장소로 전락한 채 장기간 방치되고 있는 것은 사회 정의에도 어긋난다’ ‘하청업체 직원들이 원청업체 직원들을 폭행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난 데 대해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기아차의 인기 모델인 스포티지를 생산하고 있는 광주공장 노조가 토요 특근을 거부하고 있는데 대해서도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다. 기아차 노조는 공정한 성과 배분, 사내 근로복지기금 추가 출연, 고소·고발 취하, 일방적인 지점 통·폐합 중지 등 23개 긴급 안건을 수용하도록 회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특근을 거부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는 채용비리 사건 직후의 노사 상생 선언 정신과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스포티지는 한달에 6,000대 가까이 팔리는 기아차의 ‘효자 차종’으로 광주공장 노조가 토요 특근을 거부할 경우 한달에 1,000대 이상의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 이 경우 현재 한 달 정도인 스포티지 고객들의 출고 대기 기간은 더 길어질 수 밖에 없다.
올해 임금단체협상이 정식으로 시작조차 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대·기아차 노조가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데 대해 자동차 업계는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차는 1·4분기 실적에서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0.6% 감소한 6조1,703억원, 영업이익은 무려 30.1%나 감소한 3,22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기아차는 매출액이 3조9,389억원에 달했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90% 가까이 줄어든 159억원에 머물렀다. 수출은 환율하락으로, 내수는 불경기로, 채산성은 원가인상으로 악영향을 받은 때문이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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