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차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소형차의 경제성이 부각되고 있는데다 성능까지 크게 향상돼 소형차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지난달 출시된 기아차 프라이드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에는 현대차의 베르나 후속 MC(개발 프로젝트명)와 GM대우차의 칼로스 후속 모델(해외명 아베오)도 선보인다.
배기량 800~1,500㏄의 소형차는 2001년 7만9,404대, 2002년 9만4,118대가 판매됐다. 당시 20~30대들이 신용카드 등을 통해 할부로 차를 구입하는 경우가 붐을 이뤘으나 신용불량자 사태가 터지면서 소형차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2003년 판매대수는 4만9,772대로, 전년 대비 무려 47.1%나 급감했다.
지난해에도 소형차 시장은 총 4만6,870대로 전년 대비 5.8% 감소했다. 그러나 지난해 준중형차 시장이 22.5%나 감소했고 중·대형차 시장도 각각 10.1%와 7.0%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비교적 선전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20~30대의 구매력이 살아나고 있고 특히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 고객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소형차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라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소형차 판매 1위를 차지한 기아차 모닝(1만8,530대)의 경우 20~30대가 전체 구매자의 46%, 여성 고객은 43%를 차지했다.
뛰어난 경제성에 향상된 성능도 소형차를 다시 보게 하고 있다. 기아차 프라이드의 경우 1.4 모델 연비가 ℓ당 15.4㎞(수동 기준), 1.6 모델은 14.7㎞로 기존 소형차 보다 15% 이상 향상됐다. 특히 내달 선보일 프라이드 1.5 디젤 모델은 연비가 ℓ당 20.5㎞나 된다. 1년 동안 2만㎞를 달릴 경우 유류비를 비교하면 프라이드 1.5 디젤이 102만원에 불과해 휘발유를 쓰는 경차인 GM대우차 마티즈(휘발유. 연비 ℓ당 20.9㎞)의 133만여원보다 저렴하다.
출력도 커졌다. 7월부터 소형차 세제가 달라져 소형차 기준이 1,500㏄ 미만에서 1,600㏄ 미만으로 확대됨에 따라 주로 1,300㏄와 1,500㏄였던 소형차가 최근에는 1,400㏄와 1,600㏄로 업그레이드됐기 때문이다. 100㏄ 차이지만 실제 느낌은 크게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해 출시된 르노삼성차의 뉴 SM3는 1.6 모델이 나오면서 최고 출력이 100마력에서 105마력으로 높아졌다. 특히 기아차 프라이드 1.6의 최고출력은 112마력으로 소위 준중형차로 불리는 현대차 뉴아반떼XD 1.6의 110마력보다도 높다.
소형차 신차가 잇따르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지난달 출시된 기아차 프라이드는 이미 4,500여대가 계약됐다. 지난달 등록대수가 1,270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3,000여명의 고객이 아직 출고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기아차는 또 2005년형 모닝도 새로 내놓았다. 7월에는 현대차의 베르나 후속 신차 MC가 출시되고 아직 정확한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GM대우차 칼로스의 후속 모델도 하반기중 판매된다. 칼로스 후속 모델은 이미 지난달 상하이모터쇼에서 ‘아베오’라는 이름으로 공개됐다. 르노삼성차는 SM3의 디젤 모델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유가가 지속되고 합리적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소형차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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