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운동 서울노인복지센터. 1,600평 규모의 4층 건물은 몰려드는 3,000여명의 노인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노인복지시설이 변하고 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노인복지시설인 서울노인복지센터를 비롯해 서울시내 26곳의 노인복지관들은 교양강좌, 건강검진, 상담, 취업알선 등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면서 고령화시대의 새로운 메카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서울노인복지센터의 교양강좌 ‘사이버문화 아카데미’를 수강중인 황복연(75·송파구 방이동) 할머니가 이곳을 처음 찾은 것은 지난해 4월. 컴맹을 탈출하려고 조심스럽게 이곳의 문을 두드렸던 황 할머니는 불과 1년 사이에 인터넷 검색은 물론 이메일, 포토샵까지 젊은이 못지않게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황 할머니는 "노인복지관에서는 인터넷, 영어회화 등 듣고 싶은 강좌를 무료로 들을 수 있다"며 "수업이 끝나면 혈당 체크, 의치 수리까지 하고 가니 일석이조란 이런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외국어회화, 컴퓨터, 건강댄스, 노래교실 등 교양·취미 강좌를 운영하고 있는 복지관들은 이제는 노인들의 다양한 욕구에 맞춰 영화 비평, 신문 토론, 환경문제 등 시사성이 강하고 전문적인 강좌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강좌들이 단순 교실학습에서 벗어나 체험형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중국어 수강생들은 인천의 차이나타운을 찾아가 보고, 탁구 수강생들은 태릉선수촌을 찾아가 국가대표 선수들과 실제로 연습경기를 치르기도 한다. 성동노인종합복지관 구재관(40) 부장은 "급식 제공이 필요한 어려운 분들도 있지만 노인복지관이 제공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즐기려는 여유있는 은퇴노인들도 늘고 있다"며 "각종 외국어회화반의 경우 회화 강습에 그치지 않고 현지 여행 등 체험학습을 병행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노인복지관의 강좌를 수강하다가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각종 동아리 활동도 활발하다. 복지관은 이들에게 활동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용산노인종합복지관의 신문제작 동아리 ‘행복한 어르신’, 금천노인종합복지관의 방송동아리 ‘금천의 맑은소리’ 등이다.
복지관들은 최근에는 노인 취업문제 해결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건물환경관리원, 배달원, 주유원 교육(서울노인복지센터)을 마련하는가하면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순회하며 아이들에게 예절을 가르치고 구연동화를 들려주는 교사양성교육(영등포, 서초) 과정도 있다. 서초구는 고학력자와 맞벌이부부가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외식업체, 무역회사 사무보조원 등의 취직을 알선한다. 이밖에도 중풍, 관절염, 배뇨기 장애 등 노인성 질환에 관한 건강강좌와 사기 피해 등을 예방하기 위한 소비자교육, 고부 갈등이나 노인 학대 관련 상담, 재산 상속과 관련된 법률강좌 등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서울시 노인복지과 김진완 노인시설팀장은 "노인복지에 관한 사회적 관심의 증가에 따라 노인종합복지관 관련 예산을 지난해(150억원대)보다 20억원 증액했다"며 "올 하반기 서울시내 노인복지관들을 종합평가해 우수 프로그램을 각 복지관이 공유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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