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얼대는 아들을 번쩍 들어 올리며 "잘 안아 주니까 아빠만 찾아요"라고 말하는 재즈 피아니스트 곽윤찬(37)의 얼굴에는 행복이 둥실 떠오른다. "아이를 바라보면 가슴이 벅차 올라, 곡도 술술 잘 써져요."
결혼 10년 만에 드디어 아빠가 된 재즈 피아니스트 곽윤찬이 20일부터 29일까지(월요일 제외) 서울 정동극장에서 임산부를 위한 태교 콘서트를 연다. 버클리 음대 출신으로 미국의 유명 재즈 레이블 ‘엠아시’(EmArcy)에서 데뷔 음반을 내는 등 정통 재즈의 길을 걸어온 그가 태교 콘서트라니, 좀 놀랍다. 그를 변화시킨 이는 아들 서원이다. 그의 태교 콘서트는 세상에 태어날 아기들에게 주는 선물이다.
불임 클리닉에서 각종 검사를 받고 좋다는 약은 다 구해 먹었다. 하지만 아이는 생기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시험관 아기 시술을 권유했지만 그는 "하늘이 자연스럽게 선물하는 아이를 얻고 싶다"며 묵묵히 기다렸다. 재작년에는 유산의 아픔을 겪기도 했다. 상심을 견디지 못해 아내는 당시 어린이 까페 ‘데이지’를 열고, 그 곳을 찾는 아이들을 돌봤을 정도다.
드디어 하늘이 선물을 내린 것은 지난 해, 결혼 10주년을 기념해 다녀온 몰디브 여행에서였다. "가임 기간이 아니었죠. 의사 선생님도 놀랐어요."4.1㎏의 건강한 아이로 태어난 서원이는 28일 첫돌을 맞는다.
서원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그는 시중에 판매되는 태교 음반을 유심히 살펴 봤다. "명상에 치중한 음반이 많더군요. 허무, 상실감 등을 유발하는 음악이 단지 잔잔하다는 이유로 태교용으로 소개되는데, 보통 심각한 게 아니에요.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으니 말이죠."
임신 중 아내가 좋아한 곡은 자신의 2집에 실려 있는 ‘그릴 가우초’. "우리가 즐겨 찾던 음식점 이름이죠. 아내는 우리의 추억이 떠올라 좋다고 했어요. 제 아내처럼 자신이 평소에 좋아하는 곡을 듣는 게 태교에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밝고 경쾌한 재즈음악도 태교에 좋지요."
출산율 저하에 대한 보도를 접할 때마다 "나는 도리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비교적 일찍 결혼했는데, 바로 아이를 낳았으면 소중함을 몰랐을 거에요. 콘서트에서 불임부부에게 용기를 주고 싶고 젊은 부부들에게도 제 이야기를 해 주고 싶어요." 이번 태교 콘서트에는 불임 클리닉에서 치료 받는 부부들이 초대되며 임산부에게는 30~50%의 할인 혜택도 주어진다. (02)751-1500.
최지향기자 misty@hk.co.kr
사진=고영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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