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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 양심적 참전 거부는 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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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 양심적 참전 거부는 합헌

입력
2005.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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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위임받지 아니한 권력을 행사하면 그 행위는 이미 월권이고 무효이며 전혀 강제력을 갖지 못한다"고 일찍이 토마스 제퍼슨이 설파했다. 작년 12월 6일 미 해군 부사관 파블로 파레데스는 함선 승선을 거부했다. 그는 성명을 발표해 자신의 행위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이라크 전쟁의 ‘불법성’과 이라크에서 미군이 자행하는 잔학행위들을 거론했다. 그는 군법 위반으로 샌디에이고의 특별군사재판소 법정에 서야 했다.

케빈 벤더맨도 군법 위반으로 조지아주의 특별군사재판소에 섰다. 그는 올 1월 5일 이라크 주둔 보병 부대 배치를 거부했다. 그는 "이라크에서 미군은 민간인을 학살하고 있으며 우리 부대는 돌을 던지는 아이들에게 총을 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파레데스와 벤더맨 둘 다 일종의 양심에 의한 참전 반대자에 해당된다. 양심에 입각한 참전 거부를 미군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법의 이름으로 투옥돼야 하고 봉급과 군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각종 복지 혜택을 박탈당한다. 그래서 최근 ‘저항하는 용기’라는 시민단체가 결성돼 이들의 소송을 돕고 있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정당하지 않은 전쟁에 참여를 거부하는 것은 도적적 기준에서 인정된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양심에 의한’ 참전 거부는 ‘법의 지배’라는 현대의 법 원칙 하에서도 인정된다. 카밀로 메이자, 스테판 펑크, 걸프전 참전 거부자인 제프 페터슨 등 수 많은 양심적 참전 거부자들은 평화의 수호자로 인정돼야 할 뿐 아니라 미 헌법, 유엔 헌장, 런던 협정 및 제네바 협정의 수호자들인 것이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지원병 제도 하에서 군인은 항변의 권리가 애초부터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히 잘못된 견해이다. 맹목적인 복종은 전체주의 체제에서나 가능한 것이지 민주주의에서는 있을 수 없다. 물론 군은 일정한 규율과 명령 체계가 준수돼야 한다. 그러나 명령에 대한 복종은 그것이 ‘법의 지배’라는 법 원칙에 합치되었을 때만 성립하는 명제다.

현행 미 군법에 의하면 군인은 합법적인 명령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지만 동시에 ‘불법적인’ 명령은 거부할 권리가 있다. 바로 이 대목이 군인의 명령 거부 문제를 규율하는 법리의 핵심 사항이다.

그렇다면 정작 이러한 군인과 국가 사이의 규약을 위반한 것은 미국 정부이지 참전 거부 반대 군인은 아닌 것이다. ‘법의 지배’라는 원칙에서 봤을 때 이라크전을 일으킨 미국 정부의 위법 행위는 수없이 많다.

공식적인 전쟁 선언은 의회가 해야 한다. 그런데 이라크전에서는 미 의회에 의한 전쟁 선언이 없었다. 더구나 의회는 ‘고유한’ 입법 행위 권능을 행정부에 이전시킬 수 없다.

이라크 팔루자에서 벌어진 참상이 전쟁 범죄가 아니라면 국제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전쟁 범죄’란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말장난에 불과한 것 아닌가?

미군은 이제 군인들이 진실을 말하고 헌법을 준수했기 때문에 투옥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우리는 군인들에게 명령을 거부하라고 적극적으로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파블로, 케빈, 지미, 마이클, 제러미 등등 수백명의 양심적 참전 거부 군인들에게 우리 헌법을 수호하고 인권과 생명의 신성함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데 대해 최소한 감사를 표시해야 한다.

폴 로크웰 前 美 미드웨스턴 대학 교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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