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부터 5월 8일까지 황금연휴를 즐기고 있는 일본에서 ‘포스트 고이즈미’를 노리는 정치인들의 외유 경쟁이 치열하다.
자민당 총재 임기가 끝나는 내년 9월로 예상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총리직 마감을 1년 이상이나 앞두고 벌써 대권고지를 향해 시동을 걸고 있는 느낌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힌 아베 신조(安倍晉三) 자민당 간사장 대리는 2일부터 미국을 방문 중이다. 역시 자민당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아소 타로(麻生太郞) 총무성 장관도 비슷한 시기에 미국을 찾았다.
이들은 딕 체니 부통령,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등 미국 실력자들을 두루 만나며 위상을 과시했다. 미국 정부도 이들이 차기 총리 후보들이라는 점을 의식해 극진하게 대접하고 있다. 특히 아베 간사장 대리는 미국 정부로부터 ‘이례적이고도 이례적인 특급 대우’를 받고 있다고 일본 신문들은 전했다.
이들은 그러나 대권을 향한 본심은 아직 드러내지 않고 있다. 4일 백악관 정원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아베 간사장 대리는 ‘포스트 고이즈미’의 조건에 대해 "개혁을 지속할 수 있는 정치가"라고 말해 자신의 개혁성을 내세우면서도 "나는 아직 공부를 더해야 한다"고 몸을 낮췄다. 아소 장관도 기자들의 질문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빠져나갔다.
자민당에는 이들 외에도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楨一) 재무성 장관, 히라누마 다케오(平沼赳夫) 전 경제산업성 장관 등이 자천 타천으로 총리 후보 물망에 올라 있다.
이들 후보군의 활동 개시 시점은 고이즈미 총리의 레임덕 개시 시점과 상호 영향을 주는 관계이기 때문에 향후 일본 정국의 향방을 가르는 중요한 척도이기도 하다.
제1야당 민주당의 총리 후보인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대표도 지난달 29일 요르단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아프리카의 수단 등을 방문하며 외교 능력을 과시하는 중이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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