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 재보선이 끝나자 정치권에 정계 개편론이 피어 오르고 있다.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각 당 지도부는 연일 합당설을 제기하고, 반박하는 등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6일엔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가 민주당과 합당론을 거듭 제기했다. 정계개편의 필요성엔 여야 모두 공감한다. 충남과 수도권 재보선에서 참패한 열린우리당은 당장 내년 지방선거와 나아가 차기 대선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고, 한나라당 역시 지역과 이념적 한계를 뛰어 넘기 위해선 다른 당과의 연대가 불가피하다.
군소정당으로 전락한 민주당과 자민련, 창당을 준비 중인 중부권 신당도 독자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의 정계개편론은 우리당을 축으로 군소 정당들과의 이해관계에 따른 이념적, 지역적 합종연횡 형태를 띄고 있다.
우리당은 재보선 패배 후 문희상 의장이 직접 민주당과의 합당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가장 적극적이다. 지도부는 당내 개혁파와 민주당의 반발에도 아랑곳 않고 통합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애쓰는 모습이다. 당 관계자는 "지도부가 민주당과의 합당을 서두르는 것은 성남 중원 등에서 호남표의 분산으로 패배한 데 따른 보완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텃밭인줄 알았다가 낭패를 본 충남의 ‘중부권 신당’에 대해서도 파괴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비해 한나라당은 느긋한 편이다. 박근혜 대표가 "대선에서 세 번의 실패는 없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모든 방법을 고려하겠다"고 말한 바 있지만 아직은 정계개편을 실행에 옮길 시점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한 고위 관계자는 "지금의 개편론은 여당의 자가발전적 성격이 짙다"며 "우리는 대선까지의 일정을 고려, 보수성향의 자민련과 신당 뿐 아니라 민주당도 함께 연대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자민련, 신당은 정계개편 논의로 손해 볼 게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등은 우리당의 구애를 물리치면서도 한나라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흘리는 등 개편론을 몸값 올리기의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 단계에선 정계개편이 실제로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가장 큰 정계개편 촉발 요인인 선거가 당분간 없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가깝게는 10월 재보선, 멀게는 내년 6월 지방선거 무렵에 이르러서야 구체적 움직임이 가시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그때까지 각 당은 호남과 충청권 등의 민심향배와 정국 추이를 지켜 보며 개편 가능성을 탐색하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