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문제가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6일 만난 한국과 중국 외교장관은 더 이상 상황이 악화해서는 안 된다는 데 공감했다. 나아가 북한의 핵 실험 등 악재가 돌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상황 관리’에도 주력하기로 했다.하지만 한중 회담 후 열린 한일 회담에서 일본은 6자 회담이 좌초할 경우에 대비한 ‘대안’을 언급, 한중 양국과 확연한 온도차를 드러냈다.이날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각료회의가 열리고 있는 일본 교토(京都)의 다카라가이케 프린스 호텔에서 회동한 반기문 외교부장관과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은 6자 회담 재개를 막는 걸림돌들이 제거돼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날 회담이 9일 모스크바 한중 정상회담의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점에서 이런 공감대는 한중 정상회담의 지향점을 어느 정도 가늠케 해준다.
한중 양국은 먼저 북한쪽으로 난국의 책임을 돌렸다. 양측은 "북한의 추가적 상황 악화 조치가 문제 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으며 그런 행동은 고립을 심화시킬 뿐"이라고 강조했다. 심상치 않은 북한 핵실험 준비 움직임에 대한 경고다. 최근 북한에 쓴 소리를 퍼붓고 있는 반 장관 뿐만 아니라 리 부장의 목소리도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준우 외교부 아태국장은 회담 직후 "리 부장은 6자회담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최상의 방안임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회담 참가를 거부하는 북측에 대한 간접 비난으로 볼 수 있다. 한중 양국은 또 북미간 상호 비방에 대해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며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근보다는 채찍을 선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북한을 자극하는 미국도 현 난국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어서 워싱턴의 반응이 주목된다.
중국은 그러나 북한의 회담 복귀를 위해 어떤 수단을 강구하고 있는지에 대해 밝히지 않아 중국의 대북 설득작업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한중 회담 후 진행된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마치무라 노부다카(町村信孝) 일본 외무성 장관은 "지난 주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만나 6자회담이 재개되지 않으면 ‘다른 선택’도 고려해야 한다는 데 입장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함께 인내심이 소진되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6자회담 좌초에 대비해 북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 등 대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시사다. 물론 마치무라 장관은 6자회담이 현재로서는 북핵 해결의 최선책이며 회담 재개를 위해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데는 이의를 달지 않았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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