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坪)이냐, 헥타르냐.’
북한 내 개성공단의 넓이를 표기하는 방식을 놓고 미묘한 논란이 일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통일부의 2005년 업무보고에서 색다른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업무보고 말미에 "개성공단에 관해 보고할 때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단위를 썼으면 좋겠다"며 "예를 들면 평이라고 하지 말고 헥타르, 에이커 등 미터법을 쓰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에이커는 동양 사람에게는 감이 오지 않고 헥타르가 대개 국제적으로 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헥타르로 표기할 것을 사실상 지시한 셈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유럽 방문 때의 경험담을 들어 헥타르 표기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유럽에 가서 개성공단을 설명하면서 몇 헥타르가 준비돼 있다고 해야 하는데 평을 환산하면서 단십백천만 하는데 잘 안되더라"며 "국제적으로 개성공단 이야기를 하면 깜짝 놀라니까 상황을 안정적으로 설명하는데 (헥타르 표기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1단계 개발 부지 넓이는 100만평(약 330만㎡)으로, 헥타르로 환산할 경우 330헥타르 정도다.
그러나 주무 부처인 통일부는 개성공단 면적 표기를 헥타르로 통일하는 데는 아직 망설이는 분위기다. 한 당국자는 "국민이 헥타르에 생소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평 단위를 쓸 것"이라며 "개성공단 영문자료에는 헥타르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에서도 1평은 우리의 3.3㎡와 달리 3.24㎡로 계산하고, 일부 북측 인사들은 중국처럼 1평을 1㎡로 계산하기도 한다"며 "혼란을 막기 위해 평과 미터법을 함께 쓰는 게 좋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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