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남구(42) 동원금융지주 사장과, 동원증권 시절 김 회장을 친 아버지처럼 모셨던 박현주(47) 미래에셋 회장의 행보에 증권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고려대 경영학과 선후배이면서, 김재철 회장과의 ‘관계’까지 겹쳐 자주 비교대상이 되어온 박 회장과 김 사장이 최근 일견 비슷하지만, 실질적으로는 180도 다른 경영행태를 보이고 있다.
박 회장보다 4년 늦은 1987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 사장은 ‘불도저’식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아버지에게서 동원그룹의 금융계열사를 넘겨받은 김 사장은 최근 한국투자증권을 인수했다. 김 회장은 밀어붙이기식으로 한투증권과 동원증권의 ‘물리적’ 결합을 추진하면서 ‘동원’이라는 이름까지 포기했다. 새 합병 법인의 이름을 한국투자금융지주로 바꾸기로 한 것.
업계 관계자는 "김 사장의 스타일 때문인지 동원금융지주는 최근 터진 종업원 횡령사건 등 대내외적 악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의 ‘워렌 버핏’을 추구하는 박 회장은 SK생명 인수에 나서는 등 인수·합병(M&A)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모습은 김 사장과 같으나, 추진 방식이나 경영 스타일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박 회장은 금융기관의 생명은 공신력이라는 판단에 따라 내부 직원에 의한 금전사고나 대외악재가 예상될 경우 즉각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정교한 ‘위기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박 회장은 사석에서 동원증권 재직시절 김재철 회장과의 일화를 소개하는 등 ‘친정’인 동원과의 인연을 중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된 행보의 두 사람 중 누가 더 훌륭한 최고경영자(CEO)로 인정받게 될지 흥미롭다"면서 "경영성과면에서는 일단 박 회장이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들어 2일까지 박 회장의 미래에셋자산 수탁액이 8,848억원이나 증가한 반면, 김 사장의 한국투신운용은 무리한 합병에 반대하는 노조와의 마찰 등의 영향으로 수탁액이 자산운용업계에서 가장 많은 2조6,000억원이나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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