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북핵 문제가 평화적·외교적 해결과정에서 중대 국면을 맞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즉각 회담에 나오라"는 요구도 덧붙였다. 외교 당국자가 공식적으로 북핵 관련 정세를 ‘중대 국면’이라고 밝힌 것이 처음인 데다 대북 비난, 촉구 정도가 눈에 띄게 강해서 관심을 끈다.
그 동안의 정세 흐름으로 보아 북한에 6자회담 참여를 촉구하고, 북핵 문제를 보는 한국의 시각에 대한 미국의 의심을 씻어 결과적으로 미국의 온건책을 유도하려는 뜻이 담겼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반 장관의 발언은 북핵 정세가 그만큼 악화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북미 양측의 신경전이 날이 갈수록 도를 더하고 있고, 미국을 중심으로 이 문제를 유엔 안보리로 끌고 가려는 분명한 흐름도 있다. 5월 말부터 준비 절차에 들어간다거나, 북한을 뺀 5자회담을 열 수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바라는 국민적 공감대로 보아 우려할 만하다.
우리는 미국의 좀 더 적극적인 화해책과 북한의 객관적 현실 인식을 기대하고, 또 그것을 촉구해 왔다. 이런 기대와 요구는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외교 당국자마저 인정한 상황 악화를 눈 앞에 두고 국민 인식이 이런 기대와 요구에 마냥 머무는 것은 너무 안이하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안보 불감증’이다. 오랫동안 정권의 ‘안보 놀음’에 시달린 당연한 반작용이지만 ‘1만분의 1’의 경우에도 대비해야 하는 일반적 ‘안보 요구’와 멀어져선 안 된다. 미국과 북한의 신경전이 협상용 줄다리기든, 명분 축적용이든 그 결과로서 생길 수 있는 현실적 안보 위협까지 외면할 수는 없다. 일례로 합참이 ‘지대지 미사일’임을 밝힌 북한의 미사일 시험을 두고 정치적 의도만 따지면 그만인가. 평화 기대와 희구는 현실적 안보 의식과 병행할 때만 참 힘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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