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직(天職)이라던 교직이 언제부터 천직(賤職)으로 전락했나. 1999년에는 졸지에 정년을 단축해 스승의 위상을 지켜온 교원마저 교단에서 축출해 버리더니, 지금은 학생들이 듣는 데서도 교직을 ‘철밥통’이라 한다.
게다가 최근 부패방지위원회가 발표했지만, 교육계의 비리와 부패 수준이 사회 일반보다 심각하다는 학부모가 72%나 된다. 작금의 성적 조작, 시험지 유출, 입시 부정 묵인 등의 사건을 거론하면서 우리 교육이 총체적 위기라 해도 반론이 궁해진다. 성 추행, 상습 폭력, 도박, 금품 수수 등 부도덕한 행위에 이르러서는 할 말을 잊는다. 머리띠를 질끈 동여매고 주먹을 휘두르는 시위 현장에서 과연 스승의 모습을 찾을 수 있겠나.
사명감에 투철한 대부분의 교원을 지키기 위해서도 ‘불량 교사’의 퇴출을 늦출 이유가 없으므로 교원을 평가하자고 한다. 지난해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83%가 찬성했다.
그런데 교육부의 평가 방법이 문제다. 매 학기 1회 이상의 공개 수업 등을 통해 교장, 교감과 동료 교사, 학생, 학부모가 참여하는 ‘다면 평가’라지만, 교원 전체를 평가하려면 1년 내내 이 일에만 매달려야 하지 않을까. 더구나 평가 결과를 승급이나 승진에 반영하지 않는다면, 개별 학교에 일임해도 충분할 것이다. 이미 3년 전부터 자체적으로 교사의 수업을 학생이 평가해 성과를 거두고 있는 학교도 있지 않은가?
교원단체들이 합세해 공청회까지 무산시키는 상황이므로 교원평가제의 강행은 쉽지 않을 것이므로, 실효성을 거두려면 교원평가보다 학교평가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2004년 말에 발표된 학업성취도 국제비교(PISA)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부장도 지적했지만, 학교 간 격차가 상대적으로 큰 것이 우리 공교육의 실상이다. 교육 당국이 불문율처럼 간주하는 평준화의 허구적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도 학교평가는 필요하다.
학교를 평가하려면 학생뿐 아니라 교사의 학교 선택권이 확대돼야 한다. 전국 초중등학교의 현행 학군을 개방하거나 광역화하여 선 지원 후 추첨제를 확대한다면, 지원율을 높이려고 노력할 것이다. 학교평가는 학교 간 경쟁을 유도하고, 교원은 협력과 참여를 통해 교육 서비스의 상향 평준화를 위해 매진할 것이며, 부적격 교원은 자연선택에서 제외될 것이다. 교사의 무능을 탓하기에 앞서 잠재능력을 발휘할 기회부터 제공해야 한다.
더불어 교원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교육대학의 5~6년제화도 고려해 봄직하다.
조영일 연세대 화학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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