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추진위원장과 법무부 장관의 타협으로 고비를 넘긴 듯하던 형사소송법 개정논란이 평검사들의 계속된 반발로 앞을 가늠할 수 없게 됐다. 재판절차 민주화를 위한 개혁논의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인권과 정의를 위한다는 형사사법 개혁을 무리하게 서둘다가 정치판처럼 한식집 회동으로 결말지으려 한 것부터 사안의 중대성에 걸맞지 않다.
그제 양쪽이 합의한 것은 피고인 방어권 보장과 실체적 진실 발견이란 두 명제를 함께 좇는다는 상식적인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사개추위가 제시한 대로 피고인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은 인정하지 않지만, 검사의 법정 피고인 신문은 존속시키기로 했다. 또 신문조서에 대신해 검사뿐 아니라 검찰 수사관과 경찰관도 법정 증언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검찰이 유죄 입증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보완책을 뒤늦게 일부 수용한 것이다.
먼저 이렇게나마 절충할 사안을 개혁과 기득권의 대결로 몰고 간 것은 뭔가 싶다. 검찰의 반발이 낡은 관행에 젖은 탓이라면 이런 식으로 타협할 일이 아니다. 언론 표현대로 검찰을 달래기 위해 국민을 위한 개혁을 유보하는 것은 떠들썩하게 내세운 소임을 저버리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역시 중차대한 사법개혁 과제를 폭넓게 논의해야 할 당위성을 애초 외면한 것이다. 검사들은 물론이고 학계도 주장하는 유죄협상제도 등 여러 보완책 도입을 비롯한 복잡한 개혁 논의를 서둘러 마무리하려는 자세가 갈등을 키웠다. 이런 마당에 실무 검사들의 문제 제기를 집단행동으로 매도하는 것은 본질을 벗어났다. 이런 식으로 배심제 도입 등의 대변혁을 올바로 논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언론을 포함해 논의에 참여하는 모두가 정치를 배제하고 법률적 성찰에 몰두해야 한다. 그게 진정 국민을 위한 개혁에 이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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