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추진돼 온 증권업계의 대형 인수·합병(M&A) 노력이 올 들어 하나씩 결실을 맺고 있으나, M&A 과정에서 인수 대상기업과의 갈등을 줄이고 합병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은 전혀 달라 주목된다. ‘점령군’ 스타일로 밀어붙이다 극한 저항에 부딪쳐 통합에 차질을 빚는 곳이 있는가 하면, 이질적인 기업문화를 인정하며 독립경영을 최대한 보장하는 곳도 있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을 인수한 동원금융지주는 ‘점령군’ 스타일의 합병 방식을 밀어붙이다 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동원금융지주는 2월 예금보험공사에게서 한투증권을 인수한 뒤 동원증권과 한투증권을 6월1일자로 합병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조기합병 반대, 고용안정협약 체결, 1999년 회사와 체결한 우리사주 손실보전 각서 이행 등을 요구하는 한투 노조와 고용보장 구두약속만을 되풀이하고 있는 사측이 첨예하게 대립, 합병 절차가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다.
한투 노조 관계자는 "‘돈 안 드는 구조조정’을 수시 단행하는 것으로 유명한 동원증권의 ‘김남구식’ 경영 스타일로 미루어볼 때, 서면으로 고용안정을 약속 받지 못할 경우 합병 후 직원 전출 등 다양한 편법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홍성일 한투증권 사장은 이날 "합병 후에는 ‘성과 보상제’를 철저히 적용할 예정이므로 성과가 부족한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상시 퇴출 될 수 있다"면서 "직원에 대한 정책이나 문화는 회사마다 다른데 현재는 동원금융지주의 문화를 정립하는 단계이므로 진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혀 양자간 갈등이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2일 대투증권 인수를 발표한 하나은행은 대투증권을 하나증권과 합병하지 않고 전세계의 다양한 펀드를 판매하는 독립적인 ‘펀드 백화점’ 겸 종합자산관리회사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하나증권은 세계적인 투자은행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투자 및 M&A 전문 증권사로 탈바꿈 시킨다는 복안이다.
하나은행 측의 이 같은 밑그림에 대해 대투증권 노조 관계자는 "기업문화가 전혀 다른 두 회사를 당장 합병하지 않고 분리 운영하겠다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하나은행이 6월에 새 경영진을 임명하면 고용과 임금뿐 아니라 회사 발전방향에 대해서도 적극 협의하겠다"며 환영했다.
지난달 우리증권과 LG투자증권이 합병해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은 합병 2~3개월 전 우리증권 직원 750명 중 150명이 희망 퇴직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회사 측은 남아있는 우리증권 직원들의 임금 수준을 옛 LG투자증권 수준으로 높이고 양사 직원들의 화합을 위해 주말마다 ‘한마음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증권 출신 직원은 "합병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회사의 비전과 전략에 관한 토론회 및 사장과의 격의 없는 대화를 수시로 열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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