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플로리다 주 의회는 어린이 성폭행 전과자에게 살해된 9살 소녀의 이름을 딴 ‘제시카 런스포드 법안’을 118-0의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법은 어린이 성폭행범의 최저 형량을 25년으로 높이고 출소 후에도 평생 전자 팔찌를 채워 집중 감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습 성범죄자에게도 같은 규정을 적용하고 성범죄자임을 알면서도 신고하지 않은 사람 역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1998년부터는 콜로라도 주에서 ‘성범죄자 평생 감시법’이 시행되어 성격 장애와 성도착 등으로 인해 재범 우려가 높은 성범죄자를 선별해 형기 만료 후 전자 팔찌 등을 통해 집중 감시하면서 정기적으로 성욕 저하 투약 조치 및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받게 하고 있다. 인권을 침해하는 위헌이 아닐까?
97년 미 연방대법원은 헨드릭스라는 아동 성폭행 전과자가 캔자스 주를 상대로 낸 ‘성 맹수 법(Sexual Predator Law)’ 위헌 심판 청구 소송에서 5-4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정신의학적 연구 성과에 입각한 ‘재범 가능성 판정’에 기초해서 형기를 다 마친 뒤에도 재범 우려가 없다는 판정이 내려질 때까지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는 등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제시카 같은 희생자가 있었다. 2001년 5월 10일, 아동 성폭행으로 2년 6개월 형을 살다 나온 남자에게 납치돼 성폭행당한 후 토막살해당한 4살 K양, 그러나 우리 사회는 ‘K 법’을 만들어 주지 않았다. 얼마 전에는 아동 성폭행으로 복역하고 출소한 지 2개월 만에 다시 12살 소녀를 성폭행한 남자에게 징역 10년형이 선고되었다.
이미 수많은 어린이 성폭행범을 포함한 성범죄자들이 소극적인 수사, 합의하면 처벌 못하는 친고죄 규정, 불기소 혹은 기소유예 처분,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선고를 받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성범죄자의 천국’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성폭력특별법을 전면 개정해야 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형사처벌로는 달성되지 않는 ‘재범 방지책’ 역시 필요하다. 김대두, 지존파 김기환, 온보현, 정두영, 김해선, 유영철 등 악명 높은 연쇄살인범들 모두가 성범죄나 폭력 전과자들로서 인생의 대부분을 교도소에서 보냈으나 출소 후 13일에서 6개월 사이에 연쇄살인을 시작했다.
정신과 의사들은 이들이 ‘반사회성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성 맹수법’이 전자 팔찌를 채우는 사유다. 이들에게 전자 팔찌를 채웠더라면…. 우리에게도 ‘재범 가능성이 높은 범죄자’에게 형기 만료 후 자유를 제한하는 사회보호법이 있다. 그런데 사회보호법은 종류에는 상관없이 같은 범죄를 반복한 ‘횟수’를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성격장애로 인해 재범 가능성이 높은 성범죄자들이나 연쇄살인범들은 대상이 된 적이 없다.
또한, 감호소 수감은 이중 처벌 논란이 있고 치료 효과도 없어 재범률이 35%를 넘는다. 치료감호는 시설과 예산 부족으로 대상자가 많지 않다. 인권 때문에 전자 팔찌를 반대한다면 차라리 사회보호법을 폐지하는 대신 성격장애를 가진 성범죄자들과 폭력적 범죄자들에게 수감 중에도 강제치료를 실시하고, 출소 후에도 전자 팔찌를 채워 감시하면서 치료와 교육을 강제하는 대체입법을 하라. 너무 늦었지만 가여운 어린이 성폭력 희생자들에게, 그리고 잠재적인 피해자들에게 성인들이 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다.
표창원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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