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주봉, 조형필, 현찰, 이엉자, 임희자, 너훈아, 김수이, 하춘하…. 무대에서 다른 사람으로 살아 온 이들, 소위 ‘닮은꼴’ 연예인들이 한 무대에 선다. 엘비스 프레슬리 닮은꼴 가수, 비틀즈 카피 밴드 등 외국에서는 닮은꼴들의 공연이 활발하지만 국내에서는 드문 일이다. 21일 서울 장충체육관(오후 3시, 7시)에서 열리는 ‘짝퉁클럽-짝퉁콘서트’다. 짧게는 7년 길게는 20년 가까이 무대에 서 온 이들은 "진짜가 보여 줄 수 있는 것 이상을 보여주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다.
"개그맨이 꿈이었어요. 그런데 방송사의 개그맨 공채 응시자격이 ‘대졸이상’이야. 4년 동안 노량진 정진학원을 다니면서 공부했는데, 내참, 내신이 15등급이니 계속 떨어져. 겨우 스물 아홉 살에 대학에(서일대 레크레이션학과) 들어갔죠. 1992년 ‘내가 진짜 스타’(SBS)에서 대상을 타고 ‘즐거운세상’(MBC)에 이엉자씨랑 6개월 출연했는데 공채 출신이 아니라고 방송국에서 싫어하더라구."(채주봉) 희비극이 얼버무려져 있는 이들의 인생 이야기에는 정감이 뚝뚝 흘러 넘친다. 아마 ‘진짜’는 흉내낼 수 없는 ‘짝퉁’의 미덕일 지 모른다.
이들의 공통점은 물론, ‘누구랑 닮았다’는 얘기를 지겹도록 들었다는 것이다. "‘하춘화 맞다 아니다’로 싸움이 붙고, 부동산에 집 보러 가면 ‘하춘화 이사 온다’는 소문이 쫙 퍼졌죠."(하춘하) "행사 가서 ‘이미자 동생이 대신 왔습니다’라고 말하면 정말 믿으신다니까요."(임희자) 너훈아는 나훈아와 더 가까워지기 위해 코를 세우고 머리카락을 희게 염색했다.
닮았다고 능사는 아니다. "닮은꼴 연예인 지망생도 40명이 넘어요. 얼마나 닮았는지가 문제가 아니라 ‘끼’가 있어야죠." 이들은 모두 실제 연예인만큼이나 바쁘다. 경로잔치, 회갑연 등 행사와 밤무대 출연으로 일정이 빡빡해 모이기도 힘들다. 4, 5월은 특히 바쁜 달이다. 2일 정기 연습일에도 너훈아는 전남 영광에서 열린 한 행사에 출연한 후 퀵서비스 오토바이, KTX, 택시를 번갈아 타고 오후 늦게 연습실에 도착했다. 그는 이미 앞으로 한 달간의 스케쥴이 꽉 찬 상태고 100여 명의 팬클럽 멤버도 거느리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자신들이 흉내내는 실제 연예인을 만나보지 못했다. 이엉자만이 94년 오락프로그램을 통해 딱 한번 만난 적이 있다. 이들 닮은꼴과 실제 연예인은 운명 공동체다. "주인공이 잘 돼야 우리도 잘 나가죠. 실제로 이영자씨 다이어트 파문 이후에는 제 주가도 떨어지더라구요. 하루에 다섯 개씩 하던 행사가 다 끊겼을 정도니." 실제로 만난다면, "그렇게 노래 잘하는 분을 흉내낸다는 게 죄송해서… 너무 두렵다"(하춘하)는 반응도 있고 "그분 덕분에 제가 이렇게 즐겁게 살고 있으니 큰 절 한번 올리고 싶다"(너훈아)고도 한다. 공연 21일(서울 장충체육관) 28일(대구 시민회관) 6월6일(부산 KBS홀) 12일(전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02)556-9877.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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