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주요공원에서 각종 야생동물을 쉽게 만날 수 있게 됐다. 서울시와 서울대공원관리사업소는 4일 자연친화적 환경 조성과 생태계 복원을 위해 서울 뚝섬 서울숲에 방사할 꽃사슴과 고라니의 숫자를 대폭 늘리는 한편, 남산공원 월드컵공원 양재천 등 시내 주요 공원과 하천에 청둥오리 다람쥐 개구리 등을 대규모로 방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6월 중순 개장하는 서울숲의 ‘생태숲’에는 이 달부터 사슴 오리 다람쥐 올챙이들이 보금자리를 튼다. 4만5,000평 규모의 울창한 숲과 생태연못이 다양한 동물이 서식하는 사파리공원급의 환경을 갖추는 것이다. 서울시는 당초 고라니 2쌍과 노루 1쌍, 꽃사슴 1쌍을 풀어놓을 계획이었으나 꽃사슴 21마리, 고라니 13마리, 다마사슴 5마리로 숫자를 대폭 늘렸다. 고라니 꽃사슴 등 방사 동물은 서울대공원에서 사람들과 친해지는 훈련을 받고 있다.
최근 조성이 끝난 생태연못에는 청둥오리 8마리, 흰뺨검둥오리 8마리, 물닭 2마리, 쇠물닭 2마리 등 조류와 올챙이 2,000마리가 방사돼 수변 생태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곳에는 벌써부터 인근 중랑천 철새보호구역에서 청둥오리 등이 날아와 자연스럽게 서식지가 형성되고 있다. 서울시는 연못에 미꾸라지 등 먹이를 방류해 많은 철새들을 유도함으로써 이 일대 생태계를 조속히 복원할 방침이다.
도롱뇽과 개구리가 관찰되는 등 생태계가 회복되고 있는 남산에도 동물 방사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1999년 6월 풀어놓은 고라니 4마리가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사라진 아픈 기억이 있지만 지난해 10월 올빼미와 황조롱이 7마리에 이어 이 달부터는 양서류를 투입, 야생환경을 조성한다. 특히 생태연못 54곳 주변에는 산개구리 무당개구리 등 토종 개구리들을 ‘입주’시키고, 배추흰나비 제비나비 등의 곤충류와 다람쥐 수십마리도 풀어놓는다. 서울시는 방사 동물들이 야생 고양이와 떠돌이 개의 공격을 피할 수 있도록 돌무덤과 나무더미 등을 여러 곳에 조성한 후 내년에는 고라니와 산토끼도 방사할 계획이다.
월드컵공원에도 상반기에 꿩 30마리, 하반기에 나비 7~8종과 잠자리 유충이 방사된다. 또한 1,200평 규모의 물웅덩이를 만들어 맹꽁이 청개구리 등 양서류의 서식지로 조성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이밖에도 길동생태공원 양재천 탄천 등을 올챙이 방사장소로 선정하고, 내년에는 청계천과 일반 소공원도 방사장소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남산에 개구리가 자생하기 시작하는 등 생태계 복원의 실마리가 보이고 있다"며 "이러한 시점에 먹이사슬의 하부에 있는 양서류 등을 대규모로 방사해 생태계 복원에 가속도를 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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