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음지에 머물던 로비스트를 양지로 끌어내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로비스트 등록 및 활동공개법’을 준비한 민주당 이승희(사진) 의원은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또 무소속 정몽준 의원이 발의한 외국대리인 로비활동 공개법이 법사위에 계류 중이고,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도 조만간 로비 제한법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어서 이래저래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양상이다.
로비 양성화 법안의 핵심은 로비스트의 등록과 활동내용의 공개. 법적 근거 없이 학연·지연 등을 동원한 음성적 로비가 횡행해 정책결정 과정이 왜곡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물론 정 의원은 외국정부와 외국기업 대리인의 로비활동 합법화에 초점을 맞춘 반면 우리당과 민주당측은 내·외국인 모두에게 합법적 로비활동의 길을 열어주자는 입장이어서 법안마다 차이도 있다.
‘한보 게이트’와 고속철도 건설 관련 로비의혹 등 대형 이권사업을 둘러싼 스캔들이 불거질 때마다 정·재계, 학계, 시민단체 등은 한목소리로 법안 제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실제 비(非) 변호사의 법정대리업무 수행과 법률시장 개방 등을 우려한 변호사단체의 반발에 부딪쳤고, 로비스트 고용 능력이 없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어 차일피일 미뤄져 왔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논란은 되풀이됐다. 임종훈 홍익대 법대 교수는 "권력에 접근 가능한 일부 개인이나 집단의 의견만 정책에 반영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로비 양성화는 국민의 기본권 신장과 대의민주주의의 단점 보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영진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투명하고 공정한 정책결정은 시민적 통제력이 작동할 때 가능하다"며 "로비 양성화는 로비스트 고용 능력에 따라 영향력 경쟁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을 야기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이승희 의원은 "더 이상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는 말처럼 부정적 측면만 강조할 필요는 없다"며 "로비 양성화가 투명하고 공정한 정책결정은 물론 우리 정부나 기업의 해외 활동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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