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형소법 개정안 쟁점 타결/ 사개추위 한발 양보‘檢달래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형소법 개정안 쟁점 타결/ 사개추위 한발 양보‘檢달래기’

입력
2005.05.04 00:00
0 0

‘평검사 회의’라는 집단행동을 부를 정도로 검찰의 반발을 샀던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3일 극적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검찰과 사개추위는 지난달 30일 사개추위 내부 토론회 이후 ▦검사의 피고인 신문 절차를 존치시킬지 ▦수사과정을 담은 녹음·녹화물을 증거로 인정할지 ▦피고인 등이 수사과정의 진술을 부인할 경우 증언에 나설 조사자에 사법경찰관을 포함시킬지 등을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검찰은 당초 핵심 쟁점이었던 검찰 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는 30일 토론회를 거치며 사실상 사개추위 안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 검찰은 그러나 피고인 신문 절차 폐지에 대해선 "수사권 약화는 물론, 유죄 입증이 극히 어려워진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피고인이 거부하면 증거로 쓸 수 없는 조서 대신 녹음·녹화물을 통해서라도 피고인의 진술을 증거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굽히지 않았다.

이날 막판 조율 과정을 지켜본 사개추위 관계자는 피고인 신문 절차는 당초 폐지키로 했던 방침을 바꿔 신문 순서를 첫 공판일이 아닌 증거조사 이후로 늦추는 선에서 유지하기로 위원들 대부분이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의 신문조서 내용을 부인할 경우 검사와 검찰수사관만 법정에서 피고인의 수사과정 진술내용을 증언할 수 있도록 한 초안과 달리 증언 대상자 범위도 검찰측 요구대로 사법경찰관까지 확대키로 방향을 잡았다.

다만 녹음·녹화물을 증거로 쓸지에 대해서는 ‘조서 대신 녹화물을 증거로 인정하자’는 검찰 주장에 반대 의견이 많아 제한적으로만 인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최종 합의안은 검사가 먼저 녹화물을 증거로 제시하는 것은 금지하되 피고인이나 증인이 검찰 진술을 부인할 경우 이에 대한 검사의 반박 근거로 녹화물을 법정에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선에서 절충될 전망이다. 사개추위 관계자는 이 문제는 4일 추가 논의해 결론을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검 수뇌부는 이날도 쉴새 없이 마라톤 회의를 거듭하며 사개추위를 설득할 타협안을 논의했다. 수뇌부가 마련한 ‘카드’는 사개추위 파견 검사들을 통해 수시로 사개추위 회의석상에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개추위로서는 검찰 조직 전체의 강력한 반발과 부정부패 수사 위축을 우려하는 여론을 전혀 무시할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저녁 한승헌 사개추위 위원장과 김승규 법무장관의 예정에 없던 만남에서도 극적인 타결 분위기가 감지됐다. 갈등 봉합을 전제로 하지 않았다면 기본안 확정을 코앞에 두고 위원장과 법무·검찰의 수장이 만나는 것이 부적절하게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개추위 관계자는 "위원장과 위원이라는 관계상 뭔가 협상을 하는 자리가 아니었지만 장관이 검찰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이날 합의로 자칫 또다른 검란(檢亂)의 우려까지 제기됐던 검사들의 집단 반발 움직임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이날 오후 평검사 회의 개최를 계획했던 대전지검 평검사들이 "사개추위가 검찰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해 향후 논의를 지켜보겠다"며 돌연 일정을 보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라 9일께 열릴 예정이던 전국 평검사 회의도 연기 또는 취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사안 자체가 워낙 민감한 터라 향후 논의 과정에서 또다시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 수사권 조정자문위 자율조정 무산/ 결국 대통령이 교통정리 하나

4개월 넘게 치열한 논의를 계속해온 검·경 수사권 조정 자문위원회가 3일 새벽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하고 막을 내려 검·경 당사자 간 자율 조정이 사실상 무산됐다. 당장 노무현 대통령의 ‘직권중재’가 기정사실처럼 제기되고 있지만, 양측 모두 이 문제에 사활을 걸고 있어 결론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2일 마라톤 회의에서 양측은 막판 절충을 시도했지만 핵심 쟁점인 형사소송법 195, 196조(수사의 주체 및 지휘관계 규정) 개정을 둘러싼 첨예한 이견으로 합의에 실패했다. 회의 끝 무렵에는 이미 합의된 19개 권고안만이라도 발표할 것인지를 놓고 주장이 맞서 고성을 주고받으며 서로 비난하는 상황까지 연출했다.

형소법 개정에 대해 양측 자문위원들은 5가지 조정안을 놓고 논의를 시작해 회의 후반에는 2가지 안으로 논의를 좁혔다. 양측의 논리는 복잡했지만, 기본적으로 경찰의 자율 수사권을 원칙으로 인정할 것이냐, 예외로 규정할 것이냐가 논란의 핵심이었다. 경찰측은 ‘원칙적으로 경찰의 자율적 수사권을 인정하고, 예외적으로 검사 지휘를 받는다’고 규정할 것을, 검찰측은 ‘원칙적으로 검사지휘를 받되 예외적으로 경찰이 자율적으로 수사한다’고 규정할 것을 주장했다. 양측은 여기에서 더 이상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자문위는 조만간 14명 위원들의 개별 의견서를 취합해 보고서 형태로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에게 제출할 방침이다. 검찰과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양측 대표들이 직접 만나 다시 한번 합의 도출을 시도할 예정이다. 그러나 자문위가 그 동안 사실상 양측의 대리인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평행선이 좁혀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검찰은 일단 이번주 중 자문위에서의 논의 내용을 정리하기 위한 실무진 모임을 갖고, 다음주 양측 대표자 모임을 마련해 형소법 부분에 대한 타협을 재시도하기로 했다. 그러나 경찰은 자문위 경과보고서 작성을 위한 모임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형소법 개정문제를 재 논의하는 것에는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양측이 극적 타협에 이르지 못하면 청와대가 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3일 "일단 양측의 보고를 검토한 뒤 적절한 시기에 대통령이 논의 자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문위가 권고안조차 내지 못한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어느 한편의 반발을 무릅쓰고 강제조정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나서서 교통정리를 한다 해도 여소야대 국회에서 개정안이 원안대로 처리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 "檢반발 확산 차단" 청와대 경고 메시지

청와대가 최근 사법제도 개혁과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둘러싼 검찰의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것은 검찰을 향한 ‘경고성 통첩’ 으로 풀이될 수 있다. 때문에 앞으로도 검찰의 집단행동이 계속될 경우 청와대와 검찰 간의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평소 강조해온 사법제도 개혁과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이번 기회에 이해 주체들 간 의견조정을 통해 매듭지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검찰 반발이 가시화함에 따라 노 대통령이 현안 조정을 위해 전면에 나서야 할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는 관측이다.

청와대는 사법 개혁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구체적 지침을 내린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선수 청와대 사법제도개혁비서관은 "사개추위에는 검찰 관계자도 참여하고 있다"며 "사개추위 안에는 청와대 의중은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우려하는 부분은 검찰이 주장하는 내용보다는 행동 방식이다.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은 "검찰이 자신의 견해를 내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의견 표출 방식에 있어서는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검찰의 움직임에 대해 아직까지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지난 1월 사개추위 민간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주면서 "이해 당사자들 때문에 공익 원칙이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어 검찰들의 집단 움직임을 부정적으로 볼 것이라는 게 청와대측의 전언이다.

한편 노 대통령은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논의해온 자문위원회가 자율적인 합의안 도출에 실패함에 따라 위원회 보고서와 검·경 양측의 입장을 검토한 뒤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노 대통령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해서는 검찰이 어느 정도 양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