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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TV프로 깍두기?'/ 공영방송 KBS-1·2TV 하루 2시간, MBC-일주일 4시간 이하, SBS-하루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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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TV프로 깍두기?'/ 공영방송 KBS-1·2TV 하루 2시간, MBC-일주일 4시간 이하, SBS-하루 25분

입력
2005.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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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와 민족의 내일을 위해 어린이에게 10년을 투자하라." 우리 방송계 현실은 소파 방정환(1899~1931) 선생의 이 당부와는 한참 동떨어져 있다.

제대로 된 어린이 TV 프로그램이 드물다. 그러니 어른용 드라마나 오락프로를 볼 수밖에 없다. 어린이들은 그렇게 동심을 키우는 대신 성인 탤런트 이름이나 애정 드라마의 스토리를 줄줄 외우면서 얄팍한 현실에 일찌감치 익숙해지는 애 늙은이가 돼 간다.

그런데도 지상파 방송사들은 어린이 프로그램의 제작을 기피, 간신히 구색 맞추기 수준의 편성으로 일관하고 있다.

SBS의 어린이 프로그램은 애니메이션을 제외하면 이번 봄 개편에서 신설된 25분 분량의 ‘잉글리시 매직스쿨'(수·목 오후 5시35분)이 유일하다. MBC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월·화·수요일은 오후 4시5분부터 20분가량의 ‘뽀뽀뽀'를, 목·금요일의 같은 시간대에는 ‘내 친구들의 세상'을 방송하고 있다. 금요일 방송하는 어린이 과학 프로그램 ‘아하! 그렇구나'(오후 4시30분)와 애니메이션 방송을 합쳐도 주당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은 4시간을 넘지 못한다.

KBS는 어린이·청소년팀을 두고 일부 프로를 자체 제작하고 있어 그나마 좀 나은 편. 1TV의 경우 ‘TV 유치원 하나, 둘, 셋'(오전 7시45분)을 비롯해 오후 5시 20분대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각각 ‘어린이 뉴스탐험' ‘성장다큐 꿈' ‘쏙쏙 어린이 경제나라' ‘신나라 과학나라' ‘누가누가 잘하나'를 편성하고 있다. 또 2TV는 유일한 어린이 드라마 ‘마법전사 미르가온'(오후 6시40분)을 방영하고 있다. 1, 2TV를 합쳐 하루 2시간 가량의 어린이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KBS의 위상과 책임에 비춰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이유는 역시 ‘돈'이다. 광고 안 붙고 장사 안 되는 프로그램에 돈과 노력을 들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인터넷과 게임, 위성·케이블의 만화 채널 등으로 어린이 시청자들의 관심이 분산되고 있다는 푸념도 곁들여진다. 이런 상황에서 열린우리당 이경숙 의원이 지난 해 지상파 방송사들의 어린이 프로그램 의무편성 시간을 주 10시간 내외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효과는 미지수다. 장성환 KBS 어린이·청소년 팀장은 "어린이 드라마의 편당 제작비가 1,500만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프로그램도 고작 500만~1,000만원 선"이라며 "성인대상 드라마나 오락 프로에 비해 투자효과가 낮아 광고 유치가 어려운 상황에서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외주 제작사들의 견해는 다르다. 어린이 방송 프로그램 시장은 캐릭터와 비디오 등 파생상품을 합칠 경우 수천억 원대에 이른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성의'와 아이디어만 있으면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미개척지라는 것. 1996년 제작된 BBC의 ‘텔레토비'는 45개 언어로 번역돼 100여개국에서 올린 누적 수익이 1조원을 넘었다.

국내 외주제작사 노리하우스는 세트 건설비 7억원에 편당 제작비를 8,000만원이나 들여 50부작 ‘똑똑 노리하우스'를 제작, 일본과 대만에 100만 달러 수출 계약을 앞두고 있다. 몬테소리 CM과 ㈜조이스퀘어도 수출을 염두에 두고 1억원에 달하는 제작비로 어린이 안전교육 애니메이션 ‘레스큐 독'을 만들고 있다.

이만제 한국방송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질만 좋으면 어린이 프로그램은 다른 장르보다 문화가 전혀 다른 나라에 쉽게 수출할 수 있는 상품"이라며 "‘어쩔 수 없이 만들어야 하는 프로'로 여기는 방송사들의 발상 전환부터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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