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협상 결렬로 비정규직 법안 처리가 지난 2월에 이어 또 다시 국회통과에 실패, 540만명(노동계 주장 800여 만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여건 개선문제는 일단 6월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부안이든 노동계안이든 어느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최소한 현재보다는 고용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었으나 당분간 정규직의 70%를 밑도는 저임금과 고용불안을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또 이 달부터 시작될 춘투(春鬪)가 심상치 않게 됐다. 정부가 비정규직 보호 법안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하려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춘투와 비정규직 법안투쟁이 연계될 경우 난처한 처지에 빠질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이미 지난달 26일 ‘무기한 총파업 지침 4호’를 통해 "(비정규직 법안이) 4월에 처리되지 않을 경우 임단협 투쟁을 6월 중순으로 집중해 순환파업을 포함한 공세적 권리보장 입법쟁취 투쟁을 전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춘투와 비정규직 법안을 연계해 정부와 재계를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로드맵의 차질도 우려된다. 노사정 협상이 결렬되자 정병석 노동부 차관은 "비정규직법 논의와는 별도로 로드맵에 대한 논의에는 노동계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낙관론을 보였으나 현실적으로 정부가 노동계, 재계와의 협상을 통해 비정규직 법안과 로드맵을 동시에 처리하기는 버겁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비정규직 법안 처리 실패와 로드맵의 차질은 국제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협상이 비록 결렬됐으나, 민주노총이 8개월 만에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는 등 노사정이 대화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감정의 골이 오히려 깊어졌다는 비관론도 만만찮다. 협상이 결렬되자 "정부는 자신들의 안이 정답이라는 자세를 굽히지 않았다" "노동계는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들의 눈총을 의식해 지나치게 경직된 태도를 보였다" "경영계는 비정규직 보호법안이 경영부담으로 돌아올 것을 우려해 적극성을 띠지 않았다"라는 등 서로를 비난하기에 바빴다. 불신과 감정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까지 남긴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는 이날 전체 상임위원회를 열어 노사정 실무회의를 주도했던 이목희 법안심사소위원장으로부터 11차에 걸친 회의내용을 보고 받고 6월 임시국회에서 비정규직 법안을 재논의키로 했다.
또 국회 앞에서 12일째 단식농성을 벌였던 이수호 민주노총위원장과 이용득 한국노총위원장은 "비정규직 노동자와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농성장을 떠났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 국회 통과 주요법안 요지
국회는 3일 본회의를 열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안’과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 등 54개 법안을 처리했다. 다음은 주요 법안 요지.
◆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 = 북한주민 접촉 승인제를 신고제로 바꾸고, 부득이한 경우 접촉 후 신고를 허용한다. 통일부 장관이 교역대상자를 지정하는 제도를 없애고 남·북한의 거래가 민족 내부거래임을 명시한다.
◆ 실종아동보호·지원법 개정안 = 보호자가 확인되지 않은 보호시설의 아동과 아동을 잃어버린 가족에게 유전자 검사를 실시해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할 수 있게 한다.
◆ 소득세법 개정안 = 뇌물 또는 알선수재에 의해 수수한 금품에 대해 소득세를 걷을 수 있게 한다.
◆ 공무원 연금법 개정안 = 연금수령자가 연금소득 이외에 사업소득이나 근로소득이 있고 소득 월액이 근로자 평균임금 월액을 초과하면 소득수준에 따라 퇴직연금이나 조기퇴직연금 중 일정한 금액의 지급을 중단한다. 또 뇌물죄 등 금전적 비리로 벌금이나 자격정지의 형을 받거나 징계 해임된 자에 대해선 퇴직급여의 일부를 제한한다.
◆ 도로교통법 개정안 = 면허를 따고 2년이 지나지 않으면 초보운전자로 규정하고, 면허가 취소되면 특별 교통안전교육을 받게 한다.
국가정보원직원법 개정안 5급 이상의 국가정보원직원에 대한 임용권은 원칙적으로 대통령이 갖되 4, 5급 직원에 대한 임용권은 국가정보원장에게 위임한다.
◆ 한국마사회법 개정안 = 특별시와 광역시, 도마다 원칙적으로 1개 장외발매소만 설치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규정을 신설한다.
◆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 = 공사 수주를 위해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공여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
◆ 건축법 개정안 = 건축물의 마감 재료 기준에 실내 공기의 질과 관련한 부분을 추가한다.
◆ 농어촌정비법 개정안 = 농어촌의 정의에 읍,면 뿐 아니라 시 지역 중에서도 농지가 전체 동 면적의 절반을 초과하는 동을 농촌 동으로 지정해 농어촌생활환경정비사업의 대상에 포함시킨다.
◆ 택지개발촉진법 개정안 = 면적이 20만㎡ 미만인 택지개발예정지구의 지정 등 택지개발 관련 권한을 건설교통부장관에서 특별시장과 광역시장, 도지사에게 이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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