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쩍 마른 몸에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커다란 눈망울. 외모만 떼어 보자면 청순가련형 여인이지만, 탤런트 장서희(33·사진)에게선 늘 당차고 조금은 독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만년조연 딱지를 떼고 비상하게 해준 ‘인어아가씨’에서 처자식 버린 아버지를 향한 복수심에 불타 이복동생의 애인을 빼앗는 아리영의 이미지가 워낙 깊이 박힌 탓이다.
본인도 그게 부담스러웠던가 보다. 14일 첫 방송하는 MBC 주말연속극 ‘사랑찬가’(극본 최윤정, 연출 조중현)로 1년2개월여 만에 안방극장을 찾는 장서희는 "어둡고 당찬 이미지를 벗고 밝고 순수한, ‘캔디’같은 모습을 보여주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가 맡은 오순진은 가난하지만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일에 대한 열정이 넘치지만 순수함을 간직한 스물 아홉의 아가씨. 순진은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 웨이트리스로 시작해 매니저에 오르고 체인사업에서도 성공을 일궈내며, 외방(外房) 자식의 아들로 첫사랑에 실패한 상처투성이 재벌3세 강새한(전광렬)을 따뜻하게 보듬어 진정한 사랑에 눈뜨게 한다.
장서희는 "드라마에 넘쳐나는 신데렐라 스토리, 여자는 남자를 잘 만나야 인생이 풀린다는 식의 사고가 너무 싫었는데, 순진은 일도 사랑도 스스로 개척해 나간다는 점이 마음이 든다"면서 "시청자들이 즐겁게 보고 희망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물론 ‘사랑찬가’ 역시 뼈대는 캔디형 여성과 재벌의 사랑이라는 다소 뻔한 이야기다. 다만 "웨이터, 웨이트리스를 외식산업 마케팅의 일선에 선 전문직으로 인식시키고 싶다"는, 작품마다 직업 설정에 공을 들여온 작가의 말은 조금 색다른 맛을 기대하게 한다. 타이틀의 ‘찬’자를 ‘餐’으로 쓴 것도 외식산업의 세계를 제대로 그려보겠다는 의도를 담은 것이다.
장서희도 이를 위해 실제 이탈리안 레스토랑 매니저에게서 "두 손을 모으고 90도로 인사하는 것부터 손님이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게 서빙하는 법까지" 매너교육을 받았다.
‘사랑찬가’는 MBC가 KBS에게 내준 ‘드라마왕국’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가늠해보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장서희의 연기 변신, 그리고 주말연속극의 공식이었던 ‘홈드라마’에서 ‘성공스토리’로 방향을 튼 MBC의 새 시도가 행복한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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