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경제가 어렵고 삶이 고달파질수록 가정은 더욱 소중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따뜻한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됩니다. 편지 한통이 위안과 격려가 됩니다. 아내에게, 남편에게, 아버지 어머니께, 딸 아들한테, 동생 언니에게 평소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을 한국일보가 실어 보내 드립니다.
아들아! 나의 아들 영길아!
"누구 아들?" 몇 번이고 물어도 "아빠 아드~ㄹ! 아빠 아드~ㄹ! 아빠 아들!" 하고 답해 주던 너, 그립구나. 그 목소리, 표정, 안으면 가슴 가득 느껴지던 따스함…. 너를 바다에 묻고 60여일이 지났건만, 아빠는 네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구나.
아빠가 촬영장에 있을 때 무턱대고 전화해서 "아빠! 언제 끝나구 와~?" 하고 묻던 네 맑은 목소리. 놀이방에 남아 있는 네 손때 묻은 장난감들, 컴퓨터…. 곳곳에 남아 있는 너의 체취와 흔적에 아빠의 가슴이 무너진다. 네가 좋아하던 노래가 들려오면 문득문득 네 얼굴이 떠올라 때로는 미소를, 때로는 눈물을 삼키곤 한단다. 엄마는 오늘 밤도 네 생각에 울음을 참지 못해 슬픔을 게워 내고, 소슬이 누나는 휴대폰 화면 속 네 사진을 하염없이 들여다보다 겨우 잠이 들었단다.
늘 병상에 있느라 놀이공원 못 가본 네가, 어느 해 어버이날 색종이로 카네이션을 접어 만든 카드에 적은 글귀가 아직도 생생하다. ‘아빠, 엄마 고맙습니다.’ 원래 주호였던 이름을 ‘길 영(永), 건장할 길(佶)’로 바꾸면서 품었던 그 간절한 바람이 끝내 무너지고 말았는데…. 아빤 네게 참 미안하다. 네가 백혈병으로 투병한 5년 동안 많은 시간을 같이 못해 너무 미안하다. 네가 휴대폰을 손에 쥐고 아빠 번호를 누르며 기다린 날들을 생각하니 미안함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구나. 정말 미안하다, 영길아!
지난달 24일에는 네 병이 처음 재발한 2003년 5월18일 이후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마다 참여했던 골수 기증 캠페인이 대학로에서 열렸단다. 병상에나마 네가 있을 땐 힘든 줄 몰랐는데, 가슴 한쪽의 허전함이, 또 그리움이 뼛속을 후비는 듯해 견딜 수가 없었다. 많은 이들의 호응이 너와 같은 아이들에게 전해질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지만, 기증 약속을 하고도 막상 닥치면 이런저런 이유로 기증을 거부하는 현실이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구나.
오늘도 열일곱 살 난 어느 형이 멀리 대만에서 기증자를 찾아야 한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아빠는 포기하지 않을 거다. "여러분의 골수 기증이 백혈병 소아암으로 꺼져가는 어린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쉬지않고 설득할 거야. 그것이 네가 떠나면서 아빠에게 남겨 준 마지막 당부임을 잊지 않으마. 아픈 친구들을 더는 세상에서 떠나보내지 않도록 하라는….
영길아, 잘 있니? 그 곳이 아빠 있는 이 세상보다 더 좋아? 그래. 거기는 고통도, 질병도, 슬픔도, 추위도 없는 곳이니까 여기보단 낫겠지? 그런데도 아빠는 욕심대로 널 보고 만지고 껴안고 싶은 간절한 생각에 도무지 견딜 수가 없구나. 요즘 너를 염할 때의 모습이 왜 자꾸 떠오르는지…. 아들, 아빠 아들, 영길아. 네 죽음이 많은 이들을 깨우치도록 기도해다오. 그래서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앞으로 아플 수많은 아이들, 그 가족들에게 잃어버리는 아픔을 더는 주지 않도록 말이야. 넌 하나님 품에서 푹 쉬렴. 우리 곧 그곳에서 다시 만나자꾸나, 꼬~옥!!!
- 못난 아빠가
김명국 (탤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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