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황 베네딕토 16세에 대한 많은 뉴스 중에서 세살 위의 형 게오르크 라칭거 신부(81)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소식들은 유난히 살갑게 느껴진다. 동생이 교황이 되기 전후 그에게서 나온 요제프 라칭거에 대한 언급들은 가공되지 않은 원석에 가까웠다. 굳이 격식과 예의가 필요 없는 친형제라는 관계때문이기도 했겠지만, 가식 없는 형제애가 묻어나는 코멘트들은 감동을 전해 주기에 충분했다. 교황의 형이 털어놓은 교황에 대한 우려와 축복, 소망, 아쉬움 등은 소박한 형제애의 단면을 보여주었다.
■ 교황형제의 유다른 우애는 성장환경과 밀접한 것 같다. 나치 치하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뒤 함께 사제 서품을 받고 성직자의 길로 들어섰으니 교감의 폭이 남달랐을 것이다. 사제가 된 뒤 형은 교회음악가로, 동생은 신학교수로 다른 길을 걸었지만 전화와 편지로 안부를 묻고 매년 서너 차례 고향을 찾아 우애를 다졌다고 한다. 동생이 1969년 레겐스부르크대학 교수로 부임했을 때 형은 이미 레겐스부르크 성당 성가대장으로 명성을 날리던 교회음악가여서, 1977년 뮌헨 대주교로 발탁될 때까지 ‘게오르크의 동생’으로 알려졌다. 동생은 4개월 뒤 추기경이 되어서야 비로소 형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 형 라칭거는 당초 동생이 교황에 선출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고, 교황 선출소식을 듣고는 "동생의 나이와 건강 때문에 추기경들이 다른 사람을 선택하길 기대했으나 뜻밖의 결과에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고령을 염려하는 소리가 나오자 "교황직이 동생에게 짐이 될지 모른다"고 동감을 표하면서도 언론들이 교황의 보수성에 너무 초점을 맞추는 데 유감을 표했다. ‘사고의 명료함과 함께 인내심, 사람은 서로 돕는 존재라는 인식’ 등 동생의 장점을 전하면서 건망증이란 약점도 함께 털어놨다. 곳곳에 동생에 대한 형의 사랑이 묻어난다.
■ 형은 교황이 된 동생을 자랑스러워 하면서도 말년을 함께 보내지 못하게 된 것을 아쉬워하는 것이 역력하다. 동생이 바티칸에서 돌아오면 고향에서 함께 여생을 보내려고 했던 형은 "인생 황혼기의 동반자를 잃었다"며 아픔을 솔직히 드러냈다. 로마에 가야 동생을 만날 수 있는 형은 "동생을 만나면 직통전화번호를 꼭 물어보겠다"고 말했다. 교황 형제의 도타운 우애가 교황이란 직책 때문에 퇴색하지 않길 빈다. 문득 형님이 보고 싶다.
방민준 논설위원실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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