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4일, 세브란스 병원에는 새로운 의료 혁명이 시작된다. 언제, 어디서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 모든 의료진이 환자를 위해 움직이는 병원 - ‘꿈의 병원’이 세브란스 새병원의 유비쿼터스 시스템으로 가능하게 된 것이다.
◆ 종이 차트가 사라진다
세브란스 새병원에는 ‘디지털 진료차트’가 도입돼 각종 종이 서류들이 사라지게 된다.
모든 환자 확인은 환자 손목의 바코드를 통해 이루어진다. 병동 간호사들에게는 노트북이 하나씩 지급되어, 입원 환자 손목의 바코드나 전자태그(RFID)를 스캔만 하면, 관련 환자의 의료기록을 노트북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간호사들은 환자 손목에 부착한 바코드로 환자를 확인하고, 환자의 소변이나 대변량, 식사량 등을 노트북에 입력한다. 간호사들은 컴퓨터로 의사 처방을 환자 병실에서 확인할 수 있으므로, 투약이나 처치 실수를 방지할 수 있게 됐다. 환자 복용 약이 뒤바뀌는 사고는 이제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수술장에 들어가서도 환자는 더 이상 의사가 자신을 다른 환자로 인식, 엉뚱한 수술을 할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손목의 바코드를 통해, 의사는 환자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됐으므로, 환자 역시 안심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한편 1인용 병실에는 17인치 LCD 모니터가 설치된다. 이 모니터는 TV 기능과 함께 컴퓨터의 기능을 가지고 있어 입원환자는 인터넷과 문서 작업을 할 수 있다. 또, 회진 시간에는 주치의와 함께 이 모니터를 이용해 자세한 자신의 검사 내용을 볼 수 있으며, 입원비 내역 등도 병실에서 조회할 수 있다.
◆ 전자의무기록
전자의무기록(EMR)을 통한 ‘평생 건강기록’의 실현으로 환자의 모든 의무기록은 텍스트 또는 이미지로 저장, 데이터베이스로 관리되어 요람에서 무덤까지 언제 어디서나 일정 허가된 범위 내에서 조회가 가능하다.
또 3~6개월 후에는 지역 네트워킹도 가능해 국내 협력병원이나 해외협력병원에 환자 의무기록 전송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전자의무기록과는 별도로, 외국 출장이나 여행이 잦은 심혈관계 질환자들은 이제 외국에서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기본 의료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병명, 복용약, 검사나 수술결과 등을 인터넷을 통해 열람하고 현지 의료진에게 신속하게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알려줄 수 있다. 이미 심장혈관외과에서는 심장판막질환 환자들에게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모바일 진료
응급환자나 중환자를 진료하는 일부 세브란스 병원 의사에게는 PDA폰(스마트폰)이 공급돼 퇴근 후, 병원 밖에서도 24시간 환자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PDA폰을 통해 의사가 언제, 어디서나 입원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 진료할 수 있는 모바일 진료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입원 환자에게 응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의사는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이외에도 의사는 PDA폰으로 환자 상태 및 투약기록, 배설량, 섭취량, 등 환자 관련 정보를 실시간 입력, 저장, 검색할 수 있다. 또 SMS(단문서비스)를 이용해 의사는 검사결과를 환자에게 알려줄 수도 있다.
◆ 스마트 카드를 통한 원스톱 서비스
병원진찰권인 스마트 카드는 병원 문턱을 넘는 순간부터 환자에게 특별 서비스기능을 제공한다.
환자 주민등록번호 일부와 진찰번호로 인식되는 스마트 카드는 병원에 설치된 위치 안내 시스템(Kiosk)에 갖다 대기만 하면 당일 진료과 접수가 완료된다. 기존의 복잡한 행정절차가 생략된 것이다.
주차문제까지도 스마트 카드는 신속하게 해결해준다. 진료를 위해 내원한 환자의 경우 4시간까지 무료로 자동 계산되므로, 주차장에서 진료비 정산을 위해 주차권에 도장 확인 같은 불편한 절차는 밟지 않아도 된다. 스마트 카드는 교통카드로 대용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으며, 가을부터는 T머니기능을 삽입, 현금카드 대신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 카드 한장이면 병원 내 모든 편의시설 이용과 수납기능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언뜻 접근이 쉬운 듯 여겨지지만, 병원 전산 시스템은 이중삼중의 방어벽이 설치되어 있으며, 스마트 카드 역시 별도의 보안기능을 갖추고 있어 분실해도 환자들은 진료정보 유출에 대해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송영주 의학전문 대기자 yjsong@hk.co.kr
■ 연세의료원 지훈상 원장/ "아시아 허브병원 발돋움"
"낙후된 병원시설 때문에 환자들의 불만이 상당히 컸는데, 이제 환자들에게 최첨단 병원에서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게 돼 무엇보다 기쁩니다." 4일 새 병원 개원을 앞둔 지훈상(60) 연세의료원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병원 광혜원(세브란스 전신)을 개원했을 때 아마 이런 느낌이었을 것"이라면서 "120년 세브란스 전통에 새 병원의 시설을 접목해 국내 최고의 의료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한국 최초의 병원이, 최고의 병원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의미에서 병원 슬로건도 ‘The First & The Best’로 내걸었다.
그는 "식당이나 주차공간 등 병원 편의시설을 보고 병원 경쟁력을 평가하는 요즘, 낡고 복잡한 병원 시설을 이용하며 환자들의 불편이 상당히 컸을 것"이라면서 "특히 5년에 걸친 공사기간동안 병원을 찾았던 환자들에게 최고의 시설과 의술로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아가 태국 싱가폴 중국 등의 환자들까지 유치, 아시아의 허브 병원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세브란스 병원은 국내 최초의 유비쿼터스 병원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종이 차트가 없어지고 대신 디지털 진료 차트가 도입된다"면서 "의사는 PDA를 통해 병원 밖에서도 24시간 환자 상태를 확인하게 되고, 간호사들은 노트북을 갖고 환자 병동을 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들 역시 병원 진찰권을 겸한 스마트 카드 한 장으로 진료 약에서 진료비 수납, 주차 확인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외에도 새 병원에는 외과의사의 손과 똑같이 작동하는 ‘로봇수술기기’, 수술중 MRI촬영이 가능하게 된 ‘이동형 MRI’ 뇌속의 미세한 변화를 관찰하는 ‘뇌자기도 촬영기’(MEG)등 각종 최첨단 장비가 설치된다.
지 의료원장은 "2,665억원의 새 병원 건축비중 600억여원은 6,000여명의 기부로 이루어졌다"면서 "1만원에서 50억원까지 후원금을 보내준 환자, 연세대 교직원과 동문, 독지가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하드웨어가 완비된 만큼 이젠 환자 중심의 효율적인 병원 시스템 가동에 주력하겠다"면서 "간암 위암 대장암 등 15개의 암 전문 클리닉 개설도 이를 위한 첫 단추"라고 말했다. 새병원 개원기념식은 4일 오후 3시 병원앞 광장에서 열린다.
송영주 의학전문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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