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 재보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완패했지만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만한 대목은 있다. 경북 영천의 국회의원 재선거, 부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텃밭의 주인격인 한나라당과 아슬아슬한 접전을 벌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당은 철옹성처럼 여겼던 TK의 중심인 경북 영천에서 한나라당과 불과 1,200여표차의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우리당 후보의 득표율은 48.7%였다. 비록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상주 지원 때문에 막판에 역전 당하는 분루를 삼켜야 했지만, 선거전 내내 두 자릿수의 지지도 격차를 유지, 야당을 바짝 긴장시켰다. 또 다른 한나라당의 텃밭인 부산에서도 여당은 선전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우리당 후보는 44.6%를 득표했다. 한나라당 당선자와는 불과 1,000여표차.
이 결과를 놓고 영남에서 지역구도가 많이 희석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젊은 유권자일수록 지역을 근거로 당을 선택하지 않는 경향성은 뚜렷했다. 영남 지역을 누볐던 여야의 실무자들은 "젊은이들의 머리 속에는 ‘한나라당=영남당, 우리당=호남당’식의 과거 공식은 더 이상 없었고, ‘묻지마 지지’도 없었다"고 전했다. 영천 개표 결과, 젊은 층이 많은 도시 지역에서 여당 후보가 야당을 앞섰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대신 여당은 유권자들의 이해에 접근할 수 있는 ‘지역발전론’으로 지역구도의 벽을 상당 부분 허물어뜨려 놓았다. "이런 추세가 갈수록 확산하고 짙어질 것"이란 게 여권 관계자들의 희망 섞인 기대다.
반면 한나라당으로선 교훈으로 삼아야 할 대목이 너무나 많다. 선거기간 내내 영남 유권자들은 한나라당에 대한 식상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도대체 한나라당이 해준 게 뭐냐"라는 불만을 영남 유권자들은 더 이상 숨기지 않았다. 경북 청도군수 보궐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한나라당의 TK출신 한 의원은 "2007년 집권에 실패하면 2008년 총선에서 더 이상 영남에서도 한나라당 간판은 통하지 않을 것이란 위기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한나라당은 환호 이전에 "오늘의 영천이 내일의 영남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깊이 새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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