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험악한 상대국 지도자 비방전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그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 대해 ‘불망나니’ ‘도덕적 미숙아’ ‘인간추물’ ‘텍사스 목장의 말몰이꾼’이라고 비난했다. 전날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위험한 사람’ ‘폭군’이라고 지칭하며 "주민을 굶기며 위협하고 허풍을 떤다"고 비난한 것에 대한 반격이다. 부시 대통령은 2002년에도 김 위원장을 ‘피그미(난장이)’ ‘버릇없이 구는 아이’라고 부르며 강한 혐오감을 드러냈었다.
서로 조심스럽게 신뢰를 쌓아가도 모자랄 판에 감정적인 말싸움을 벌이며 상대를 위협하는 것은 백해무익하다. 북한은 이날 부시 대통령의 집권기간에는 "핵 문제의 해결도, 조·미 관계의 어떤 진전도 기대하지 않는다"며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핵 무기고를 늘리기 위한 추가적 행동들을 강행하겠다는 위협인데 이를 통해 얻을 이익이 과연 무엇인가.
이런 와중에 북한이 핵실험 준비에 들어갔으며 이르면 6월 중 핵실험이 실시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잇따라 우려를 더하고 있다. 우리 정부나 미국 당국은 이 보도를 부인하고 있으나 북한이 핵 실험을 강행할 개연성을 배제하지는 못하고 있다. 북한이 추가적인 핵 시위를 강행하면 유엔 안보리 회부 등 국제사회의 제재조치도 구체화할 수밖에 없다.
이런 사태 전개는 한반도를 초긴장 상태로 몰아넣고 남북한을 비롯한 관련국 모두에 엄청난 부담을 안길 것이 불 보듯 뻔한 만큼 관련국들에 냉정한 대처를 촉구한다. 무엇보다 북한의 전략적 결단이 필요하다. 미국의 정치적 수사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는 6자회담에 복귀해 실리를 취하는 것이 현명하다. 미국도 6자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면 어리석게 북한을 자극할 것이 아니라 6자회담을 재개시킬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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