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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나눔의 문화’와 사물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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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나눔의 문화’와 사물놀이

입력
2005.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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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식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네팔에서 처음으로 한국 사람들과 함께 한국 식당에 가서 김치찌개를 주문한 후, 설레는 마음으로 김치찌개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김치찌개 한 냄비가 식탁 한 가운데에 놓여졌고, 내가 먹을 김치찌개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식탁에 둘러앉아 있던 한국 사람들이 한 냄비에 담긴 김치찌개를 함께 먹기 시작했다. 반찬까지 개인별로 따로 덜어서 먹는 네팔인으로서 한 그릇에 담은 음식을 함께 먹는 한국인들의 모습에 너무나도 놀라 가만히 앉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들과 찌개를 함께 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가 먹던 음식까지 다른 사람에게 "맛있네요. 한번 드셔 보시겠어요?"하며 권하기까지 한다. 한국인들의 음식문화를 보면 자기가 먹고 있는 음식이 맛있으면 다른 사람들과도 함께 느끼고 싶어 하며, 상대방도 서슴없이 함께 즐기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인들의 이러한 성향을 사물놀이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네팔에 있을 때부터 사물놀이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나는 한국에 오면 사물놀이를 자주 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한국에 와 보니 특별한 행사가 있거나 공연이 있을 때에만 사물놀이를 접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대학에 다닐 때 나는 맨 먼저 풍물패에 찾아가 사물놀이를 배우기 시작했다. 사물놀이를 배우는 나에게 많은 한국인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왜 사물놀이를 배워?"라고 물었다.

나는 사물놀이가 한국인의 독특한 정서를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문화라고 생각한다. 한 냄비의 찌개를 함께 나누어 먹는 것처럼 사물놀이를 할 때 연주자와 관객은 흥을 나눈다. 클래식 공연을 볼 때처럼 조용히 앉아서 박수만 치는 관객은 매너 없는 관객이다. 참여하는 사람들은 함께 어깨를 들썩이고, 춤을 추고, ‘얼~쑤’라는 추임새를 넣으면서 모두가 신이 난다. 한 번은 사물놀이를 하다가 손이 다쳐 피가 흐르는 데도 딱딱 맞는 장단과 그 장단에 맞춰 신명나게 놀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함께 하느라 아픈 줄도 몰랐다.

2002년 월드컵 이전에 많은 외국인들은 ‘한국’이라고 하면 ‘사물놀이’를 떠올렸다. 하지만 오히려 한국인들은 사물놀이에 대한 자부심이 별로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나는 ‘신명난다’는 말을 사물놀이를 하면서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사물놀이는 한국을 제대로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검비르 만 쉬레스터 네팔인 동국대 유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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