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 재보선의 승자는 한나라당이 아니라 박근혜 대표다." 1일 자정 무렵 경북 영천에서 정희수 후보가 개표초반의 열세를 만회하고 역전에 성공하자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가 던진 말이다. 국회 과반수 회복과 대구·경북 지역의 교두보 마련을 위한 여권의 총력전을 뿌리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박 대표의 힘으로 가능했다는 얘기다. 그가 아니었다면 선거전 초반 20% 포인트 가까이 뒤졌던 정 후보의 승리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는 데 당 관계자들의 시각이 일치한다.
이번 승리는 한나라당 뿐 아니라 박 대표 개인에게도 큰 의미를 갖는다.
박 대표는 3대 쟁점 법안과 행정도시법 처리 문제 등을 고리로 거세지고 있는 비주류의 퇴진 압력을 일거에 털어내고 당내 주도권을 단단히 틀어쥐게 됐다는 평가다. 박 대표가 선거 막판 영천을 포기하자는 일각의 권유를 물리치고, 사실상 상주하며 전력을 투구한 것은 영천 패배가 미칠 파장과 승리의 과실을 동시에 고려한 때문이다.
이와 함께 열세로 여겨진 충남 아산과 경기 성남 중원뿐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갑에서 승리한 것도 박 대표의 당내 위상을 높여주는 토대가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박 대표의 대권 행보도 탄력을 받을 것 같다. 이번에 확인된 그의 선거 역량과 대중적 인기는 그 동안 중도적 입장을 취해온 당내 의원들의 차기 주자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반박(反朴) 노선을 취해온 홍준표 혁신위원장은 이날 "당 지도부가 고생해 승리할 수 있었다"며 박 대표의 공을 인정했다.
하지만 박 대표가 승리감에 젖어 당 개혁을 미루다간 다시금 당내 반발에 부딪칠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이회창 전 총재시절부터 한나라당은 재보선과 지방선거에선 항상 승리했지만, 정작 대선에선 두 차례나 패배한 데 따른 경계인 셈이다.
때문에 상당수 의원들은 박 대표가 재보선 승리의 여세를 당 장악력 강화보다는 당 개혁의 에너지로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무성 사무총장이 "박 대표는 이번 결과에 안주해 개혁을 등한시할 분이 아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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