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모 고교의 한 우등생이 중간고사 시험 기간에 "시험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근 인천과 서울의 과학고 학생 2명이 잇달아 자살했으며,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의 또다른 고교에서 한 학생이 시험시간에 학교 화장실로 달려가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사건들은 입시와 내신성적 문제 등이 사회적 이슈화 함에 따라 고교생들의 심리적 부담이 극대화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더구나 최근 성적과 관련해 목숨을 끊은 고교생들은 한결같이 서울 강남의 유명 사립고와 특목고에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던 학생들이어서 사회적 충격은 더욱 크다.
30일 오후 1시10분께 서울 사당동 W아파트 화단에서 서울 방배동 모 여고 2학년 H(16)양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조사 결과 H양은 자신이 살던 아파트 11층에서 비상계단 창문을 통해 몸을 던진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H양이 다니던 학교는 29일부터 중간고사를 치르는 중이었으며 H양은 이날 시험을 치르고 일찍 집에 돌아온 뒤 가족들에게 바람을 쐬고 오겠다며 집을 나갔다.
경찰은 "H양이 반에서 성적이 3등 이내에 들 정도의 우등생이었으나 이번 중간고사를 잘 치르지 못해 고민해 왔다"고 가족들이 말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H양의 책상에서 발견된 유서에서 "먼저 가서 미안하다. 시험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보아 H양이 시험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서울 서초구 모 고교에서 중간고사를 치르던 3학년 학생이 시험 도중 부정행위로 의심되는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감독교사에게 꾸지람을 들은 뒤 학교 화장실 창문을 통해 투신자살했으며, 3월27일과 4월10일엔 인천과 서울의 과학고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도 유서 형식의 메모와 친구들에게 남긴 대화 등에서 평소 시험의 중압감과 성적 문제 등을 심각하게 고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고교생들의 잇따른 자살에 대해 한국교육심리연구소 이세용 소장은 "경쟁을 조장하는 사회분위기가 정서적으로 예민한 시기의 청소년들이 쉽게 상처받고 우울증에 빠지게 되는 근본 원인"이라며 "학생들이 부담을 갖는 상황일수록 부모 및 교사들이 꾸준한 관심을 갖고 대화를 유도하는 것이 유일한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동그란기자gr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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