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올 1·4분기 경제성장률이 2년만에 최저치인 3.1%에 그쳤다. 고유가, 내수위축, 무역적자 확대 등에 기인한 이 수치는 지난해 성장률(4.3%)은 물론, 전문가들이 예상해 온 3.5~3.6%보다도 크게 낮은 것이어서 경제가 모멘텀을 잃어가고 있다는 어두운 전망이 머리를 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물가 고용 설비투자 등 주요 지표가 악화된 것을 지적, 미국 경제가 소프트 패치(경기회복 중 일시적 둔화) 수준을 넘어 재차 중장기적 침체 국면, 혹은 1970년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문제는 미국이 재채기하거나 감기에 걸리면 우리는 열병을 앓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경제는 내수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는데다 환율·유가 등의 외부 변수마저 불안해 좀처럼 회복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엊그제 나온 통계청의 ‘3월 및 1분기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경기회복의 걸림돌이던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 등 소매업이 9분기 만에 1.2% 증가세로 돌아섰고 지난달 건설수주도 21개월 만에 최대인 72%나 증가했다. 경기선행지수는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면 내수용 소비재 출하와 기계수주 감소로 1분기 전체 산업생산 증가율은 4년 만에 최저였고 한국은행이 조사한 기업 체감경기도 크게 호전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3월까지의 경기지표를 보면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대외여건이 불확실해 2분기 상황을 추가로 지켜봐야 확실한 방향성이 나올 것"이라고 한발 물러서며 1분기 성장률이 3%를 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 위안화 절상압력을 한층 강화하고 한국 등 아시아권에 갖가지 통상요구를 해 올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 약세에 따른 세계경제의 불안정성도 커지고 있다. 정책당국과 기업들이 보다 눈을 크고 넓게 떠 풍랑을 잘 헤쳐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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