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모 사장급 임원은 28일 성균관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 ‘시장폭력자’라는 용어를 선보였다. 저가 정책을 펴는 해외 휴대폰 제조사와 이동통신 사업자들을 지칭한 말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이들의 존재가 못 마땅할 것이다. 이통사업자들의 무리한 가격인하 압박 때문에 삼성전자처럼 고가 전략을 구사하는 업체의 입장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요 공급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에는 초저가에서 초고가까지 다양한 수요가 존재한다. 어떤 쪽의 요구에 부응하느냐는 기업의 선택이다. 여러 기업이 다양한 제품을 공급해 가능한 한 많은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것이 시장경제의 힘이다.
세계 경영흐름에 정통한 이 임원이 이러한 경제 상식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경쟁사의 저가 정책을 ‘폭력’이라고 힐난한다면, 이는 일류 기업의 자신감을 넘어선 오만함으로 비칠 소지가 크다. 삼성전자도 해외에서 저가 브랜드 시절을 거쳐 오늘의 자리에 올랐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하청 업체들의 희생이 있지 않았던가. 삼성전자는 최근 자사 액정화면(LCD) TV가 외국 유력지의 성능 평가에서 일본산 제품보다 크게 뒤졌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납득할 만한 반박 자료를 내놓지 않았다. "유럽 시장 1등 브랜드인 삼성전자에 이런 평가를 내리는 게 말이 되느냐"는 성토가 전부였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5년 뒤 무엇을 먹고 살지 고민하라’며 지금이 위기임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임직원들은 ‘초일류 기업이 이미 실현됐다"고 믿는 것 같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이다. 자신감을 넘어선 오만이 삼성의 기업 문화로 자리잡을까 염려된다.
정철환 산업부 기자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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