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9일 제2차 세계대전 전승기념식이 열리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진행될 노무현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 주석간 정상회담은 크게 세가지 측면에서 주목된다.
먼저 이번 회담에서 고비를 맞고 있는 북핵 문제에서 긍정적인 계기가 마련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또 이번 회담이아직도 관련국들간의 주요 현안으로 남아있는 동북아지역 역사분쟁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중일간 대립 국면에서 동북아 균형자를 자임하는 우리의 외교 위상이 어떻게 평가 받을 지 등의 측면에서도 의미가 깊다.
먼저 한중 정상들은 북핵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 등 강경책 쪽으로 기우는 미국분위기와 맞물려 부풀려지는 북핵 6월 위기설을 진화하기 위한 실질적 협력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북한의 6자 회담 복귀 문제에서 키를 쥐고 있는 중국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이라는 지향점을 우리와 공유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북한의 회담 복귀 책임을 자신들에게 모두 떠넘기는데 대해 적지않은 압력을 느끼는 중국으로서는 한국과 보조를 맞출 경우 외교적으로 상당한 득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양 정상은 인내심을 갖고 6자회담 틀을 고수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함으로써 미측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늦어도 6월에, 후 주석은 9월에 방미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이런 측면이 보다 분명해진다. 물론 노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중국이 좀더 북한에 회담 복귀를 설득해야 한다는 입장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당국자들은 대북 설득 작업의 분수령이 될 후 주석의 북한 방문 여부와 일정이 이번에 가시화 될 지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 정상들은 또 동북아에서 내연중인 역사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해 공식적으로 ‘공동전선’을 형성한 상태는 아니지만 과거사를 직시하지 않는 일본의 태도가 현 동북아 대립구도를 낳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사 문제에서 일본측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입장표명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노 대통령 입장에서 볼 때 도덕적 우위 등 소프트파워를 통해 중일간 대립을 완화시킨다는 동북아 균형자론을 실천하는 계기로서 이번 회담을 바라볼 것 이다. 한중일 3국 정상회담 개최 필요성을 제기해온 노 대통령은 이번에도 비슷한 입장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