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성장률이 2년 만에 가장 저조한 것으로 조사돼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경기회복 중의 일시적 둔화를 의미하는 ‘소프트 패치’가 아닌 경기는 둔화하고 물가는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미국 상무부는 28일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1.9%였던 2003년 1분기 이래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 월가 전문가들은 3.5%를 예상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3.8%였다.
가장 큰 원인은 고유가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소비자들의 지출과 기업들의 투자를 꺼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활동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은 3.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4·4분기의 4.2%보다 낮은 수치다. 기업투자 역시 지난해 4·4분기 14.5% 증가에서 4.7%로 대폭 줄었다. 설비와 소프트웨어 투자는 2년 만에 가장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재고는 2000년 2월 이후 최대치인 802억 달러를 기록했다. 도쿄미츠비시은행의 크리스 럽스키는 "재고 증가는 나쁜 징후"라며 "재고가 빠른 시일 내에 처리되지 않으면 생산 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1·4분기 성장률이 둔화한 반면 물가는 올랐다. 물가상승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2001년 4·4분기 이후 3년 만에 최대치인 2.2%를 기록해 스태그플래이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데이비드 그린로는 "물가상승 위협이 분명히 다가왔다"며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협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성장률 부진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인플레 압력을 받고있기 때문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 인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나스닥종합지수와 S&P500지수 등 뉴욕증시 주요 지수들이 28일 일제히 하락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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