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 메뉴를 보면 그 도시가 보인다. 패셔너블한 파리는 아침도 패셔너블하다. 지하철역을 기점으로 자리한 수많은 카페들에는 아침 식사를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붐빈다. 창가에 혹은 노천에 홀로 앉아 거리를 바라보거나 신문을 읽으며 ‘시간에 쪼들리지 않는’듯한 모습으로 밥을 먹는다.
바게트 반 토막 혹은 크루아상 한 개에 버터와 쨈을 곁들인 다음 밀크 커피를 곁들이거나 과일 주스를 한 잔 추가하는 식의 간단한 메뉴다. 메뉴의 특성상 거리에 선 채로는 들기 어렵고, 출근 시간보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서 단골 카페에 ‘습관처럼’ 들른다.
베이지색 리넨 바지를 입은 파리지앵들이 두 다리를 척 꼬고 앉아 ‘르 몽드’나 ‘리베라시옹’ 등 다양한 신문들을 훑어가며 커피를 홀짝대는 모습은 정말 멋지다. 같은 시각, 뉴욕의 아침은 숨가쁘다.
뭐가 그리들 바쁜지, 고른 호흡으로 빠르게 걷는 인파가 기다란 모양의 맨해튼을 달군다. 운동 중독자들이 유난히 많은 도시답게 슈트 차림에 스니커즈나 인라인을 신고 출근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아침부터 휴대폰으로 국제 통화를 하며 월 스트리트 역에서 내리는 증권가 사람들은 떼를 지어 높은 건물로 들어간다.
이렇게 바쁜 뉴욕커들의 아침 식사는 길에서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새벽녘부터 동네마다 둥지를 트는 ‘아침 차(Breakfast Car)’에는 출근길에 간단히 먹을 아침밥을 사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 서 있다.
딱딱한 건강빵인 ‘베이글’에 부드러운 크림치즈를 발라서 커피와 함께 주는 메뉴는 버스를 기다리는 잠깐 동안 먹을 수 있어 좋다. 한 입 크기로 썬 생과일을 두 세 종류 섞어서 컵에 담은 과일 샐러드는 델리(24시간 문을 여는 식료품점)에서 파는데, 사무실에 앉자마자 동봉된 플라스틱 포크로 먹는다.
유럽의 오랜 역사나 문화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는 뉴요커들은 주 5일이 끝난 토요일이나 일요일만큼은 파리지앵들처럼 느긋하게 앉아서 ‘브런치(브랙퍼스트와 런치의 합성어)’를 즐기는데, 메뉴도 바게트나 크루아상을 낀 유럽식 이다.
유명 호텔의 로비 라운지나 유럽의 노천을 재현한 카페 혹은 레스토랑에서 선보이는 브런치 메뉴로는 각종 빵에 프렌치토스트나 팬 케?揚?추가 할 수 있고, 여기에 다양한 맛의 계란 요리와 감자 구운 것, 그리고 햄이나 소시지가 더해진다.
간혹 가다가 샴페인을 곁들이기도 하는데, 이런 메뉴를 느긋하게 즐기는 노부부들도 흔히 볼 수 있어서 뉴욕의 주말 아침은 또 다른 모습이다.
● 프렌치토스트
허겁지겁 출근해 유산균 발효유로 아침을 때우는 서울 사람들을 위해 아침 메뉴 몇 가지 제안하려 한다. 프렌치토스트는 말 그대로 프랑스식 토스트인데, 바게트라고 불리는 딱딱한 빵이 굳고 나면 재활용하기 위해 먹는 요리다.
이미 겉이 딱딱해진 식빵이나 냉동해 두었던 빵을 이용해도 좋다.
우유와 계란을 섞어 풀어서 여기에 빵을 푹 적신 다음 팬에 지지는 거다. 푹 적시는 동안 단단했던 빵 껍질이 말캉해지고 팬에 지져낸 맛은 고소하다. 우유를 대신해 생크림이나 연유를 섞으면 좀 더 진한 맛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칼로리를 생각한다
면 저지방 우유로 만족할 수 있을 듯. 여기에다 냉장고속 남은 과일을 이것저것 썰어 올리고 시럽이나 잼을 바르면 영양 만점의 아침밥이 된다. 뜨거운 커피와 혹은 찬 우유와 곁들이자. 특히 노인과 아이들이 좋아 한다.
● 단호박 그라탱
슬쩍 익힌 단호박을 버터에 볶아서 치즈를 얹어 녹인다.‘그라탱’이란 조리법은 음식 상단에 치즈나 빵가루, 크림과 같은 토핑을 얹은 후 살짝 그을려서 완성하는 것으로 단호박 대신에 찐 감자나 군고구마를 이용해도 맛있다.
호박이 익으면서 수분이 발생하면 치즈와 섞여서 맛이 모호해 질 수 있으므로 살짝 익히고 물기를 빼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미리 많은 양을 만들어서 얼려두고, 아침마다 조금씩 덜어 토스트용 오븐에 데워내면 바쁜 아침에도 문제없다.
브런치나 점심 메뉴로 즐길 경우 단호박과 함께 마카로니 혹은 페네 같이 튜브 형의 파스타를 삶아 넣으면 풍성해 진다.
● 게살 죽
부산에 있는 차이나타운에 가면 ‘신발원’이라는 이름의 60년 된 빵집이 있다. 이집의 주 메뉴인 커빙이라는 중국 빵과 콩국은 동네 중국인들의 아침 메뉴로 인기.
빵과 콩국이든 뜨거운 차나 죽이든 든든한 뱃심으로 하루를 시작 하는 것은 이들의 오랜 습관이라고. 찬밥을 이용해 뚝딱 만들 수 있는 죽 한 그릇으로 게살 미역 죽이 있다.
원래는 불린 쌀을 이용해 한참을 볶아야 하지만 찬밥을 이용하면 금시 밥이 퍼져서 시간이 단축 된다. 미역을 대신하여 잔 새우를 섞거나 속을 털어낸 배추김치를 썰어 넣으면 질리지 않는 맛이 난다.
특히 몸이 으슬으슬하거나 술 마신 다음 날 특효다.
아침을 거르는 ‘1일2식’이 간을 해독시킨다거나, 아침밥을 꼭 먹어야 두뇌 회전에 좋다는 둥 그 설은 분분하지만 나는 세끼 중 아침밥이 제일 맛있다.
모의고사를 보러 가는 학생도, 장사를 나가는 젊은 부부도, 꽉 막힌 사무실로 향하는 만년 과장님도 다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일인데 밥 굶고 다니는 헛헛한 아침은 왠지 측은한 듯해서 말이다.
◆ 프렌치토스트
바게트 빵 3조각 혹은 식빵 2장, 계란 1개, 우유 30ml, 황설탕 1작은 술, 버터 2큰 술, 소금 약간, 계피 가루 약간, 과일, 시럽.
1. 큰 볼에 계란, 우유를 풀고 설탕, 소금을 섞는다.
2. 빵을 1에 넣어 앞뒤로 적신다.
3. 팬에 버터를 넣어 달구고 2를 지져낸다.
4. 접시에 3의 빵을 담고 생과일과 시럽을 곁들인다.
◆ 단 호박 그라탱
단 호박1/2개, 당근 약간, 모짜렐라 치즈 50그램, 버터30그램, 밀가루30그램, 우유180ml.
1. 호박은 미리 쪄서 식혀둔다.
2. 오븐용 그릇이나 은박접시에 1과 당근을 적당히 썰어 담고
3. 동량의 버터에 밀가루를 볶은 다음 우유를 붓고 잘 풀어준 화이트소스를 2에 붓는다.
4. 3위에 모짜렐라 치즈를 얹어서 오븐에 녹인다.
◆ 게살 미역죽
게맛살 100그램, 찬 밥 1공기, 미역 50그램, 참기름 약간, 육수 약간.
1. 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불려 둔 미역과 밥을 볶는다.
2. 1에 잘게 찢은 게맛살을 넣고 다시 볶다가 생수를 넉넉히 붓는다.
3. 2가 한소끔 끓으면 닭 육수를 넣어 간을 맞추고 불을 낮춰 밥이 퍼질 때까지 끓인다.
푸드채널 ‘레드 쿡 다이어리’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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