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과 중국, 동남아와 구미 등 20여 나라의 역사교과서 기술 내용 비교·검토를 서두르고 있다. 일본 외무성 고위 관계자는 각국 교과서 내용을 비교·검토해 일본 교과서만이 특별한 것이 아님을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나카야마 나리아키 문부과학성 장관도 외무성과의 협력을 다짐했다. 일본 정부의 움직임이 유난히 재빠르고, 부처 간 손발이 척척 맞는다.
마치무라 노부타카 일본 외무성 장관이 지난주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만난 것이 계기였다. 마치무라 장관은 "중국이 애국교육이란 이름으로 반일 교육을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고, 탕 위원은 "중국에 반일 교육이란 없다, 중국 교과서에 이견이 있으면 말하라"고 응수했다. 마치무라 장관은 이번 주 이런 내용을 일본 언론에 공개하면서 중국 교과서 조사 방침을 분명히 했다. 한국 교과서에 대한 조사도 시사했다. 그리고 며칠 사이에 기본 방침이 굳어졌다.
일본 정부의 ‘역사교과서 반격’은 선후가 완전히 틀렸다. 역사왜곡 교과서 문제로 한중 양국의 대일 감정이 고조된 상황에서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기보다 상대의 허점을 찾겠다는 발상이다. 그 결과 설사 일부 비난 가능성을 찾아낸다고 해서, 가해 사실을 흐리거나 정당화하는 데서 비롯한 ‘역사교과서 문제’의 본질이 바뀔 리 없다. 애초에 교과서 검정에서 외무성과 문부성이 이번처럼 손발을 잘 맞추었으면 문제가 이렇게 번지지도 않았다.
한편 우리도 일본 정부의 선후가 어긋한 태도를 비난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다. 역사의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해 가지는 정당성은 도덕적 우위에 기초하며, 피해의 과장이나 무리한 요구는 그 우위를 훼손한다. 때마침 국내에서도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인 역사서술의 문제점이 지적되는 마당이니 일본의 태도를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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