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실세와 친분을 과시한 단순사기극인가, 아니면 권력형 게이트인가.’
철도청(현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사업 의혹을 풀어줄 핵심 관련자인 전대월 코리아크루드오일(KCO) 전 대표와 유전전문가인 허문석씨가 2일 마지막으로 나눈 통화 녹취록이 공개돼 사건의 실체를 추측할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 석연찮은 행보 = 허씨는 통화에서 "220억원을 모스크바로 투자하고 180억원은 인도네시아로…. 그거 왕 국장(왕영용 철도공사 사업개발본부장)이 미리 알았어요"라고 전씨가 묻자 "그거 아는 사람이 전 회장하고 나밖에 없고… 왕 국장도 100%는 몰라"라고 답했다. 이는 허씨와 전씨가 이번 유전사업에 철도공사로부터 400억원을 투자받아 이중 180억원을 자신들이 추진하던 인도네시아 철광석 사업에 전용하려 했다는 추측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왕씨는 지난해 8월12일 철도공사 내부 사업설명회 자리에서 허씨가 제시한 금액에서 10억원이 줄어든 390억원을 소요자금으로 보고했다. 철도공사의 사업자금은 전체 인수대금 6,200만 달러 가운데 KCO 지분 35%에 해당하는 2,170만 달러(약 230억원)였어야 정상이다. 만약 왕씨가 390억원 중 문제의 인도네시아 사업비 180억원이 포함됐음을 알고 있었다면 허·전·왕 3자가 겉으로는 철도공사의 유전인수사업에 참여하면서 속으로는 별도 영리사업을 도모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허씨와 왕씨가 2002~2003년 인도네시아 철광석 채굴 사업을 함께 추진했다는 진술이 나온 것도 주목된다. 이 사업에 참여한 전모(전대월씨와 다른 사람)씨는 "왕씨가 3,000만원을 투자했고 허씨와 왕씨가 각각 지분을 30%, 10%씩 갖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 리베이트 의혹 = 세 사람의 석연치 않은 행동은 사기극 가능성을 높여주는 정황이다. 하지만 정치권 개입의혹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허씨가 전씨와의 통화에서 "(감사원 조사에서) 리베이트 준 것도 없고 줄 필요도 없다고 얘기하라"며 조언하고 있다. 누구에게 어떻게 줬다는 내용은 없지만 리베이트가 실제로 있었을 가능성을 추측할 수 있다.
허씨가 이광재 의원을 언급하면서 "이 의원을 살리고 나도 사는 방법" 운운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이는 이 의원의 주장대로 전씨에게 허씨를 소개해줬다는 내용 이상의 ‘개입’가능성을 내포한 것일 수도 있지만 단순히 이 의원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는 의미로도 읽힐 수 있다. 검찰은 전씨를 상대로 녹취록 내용의 진의를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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