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주미대사와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이 28일 워싱턴에서 "한미정상회담을 조만간 미국에서 개최키로 합의했다"고 발표한 직후 서울 외교부는 어수선했다. 기자들의 질문은 신랄했고 당국자의 배경설명은 군색했다.
발표의 절차와 형식이 매우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통상 한미정상회담은 사전 조율을 통해 일정과 장소, 의제를 확정한 상태에서 청와대와 백악관이 동시에 발표해 왔는데, 이번에는 느닷없이 주미대사와 N SC 사무차장이 발표자로 나섰다. 더욱이 회담 일자와 장소는 공란으로 남아 있었다. ‘미완성 작품’을 서둘러 발표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자들의 질문은 의제나 전망이 아닌 "하필이면 지금" "왜 홍 대사가"라는 발표 배경에 집중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아직 협의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아 회담장소 등이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언론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이어서 발표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자 한국 정부가 혹시 미 정부에 정상회담 개최를 요청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았고,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우리가 먼저 회담을 제안하지 않았다"고 밝히기에 이르렀다.
6월 위기설이 난무하고 북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가 공공연하게 제기되는 상황에서 정부 당국자들이 되도록 빨리 한미정상회담을 개최할 필요성을 느끼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또 이번 발표만으로도 북핵 국면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협의를 진행시키면 ‘완성 작품’을 내놓을 수 있다. 뭔가 서두른다는 인상을 줄 필요가 없다.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는 세련된 외교가 아쉽다.
이영섭 정치부기자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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