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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충무공 탄신일…복원·연구 외길 27년 김영성씨/ "거북선 후진도 자유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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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충무공 탄신일…복원·연구 외길 27년 김영성씨/ "거북선 후진도 자유자재"

입력
2005.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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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엔 이런 신기한 배(거북선)가 없죠? 우리 일본의 자랑입니다."1978년 일본 니가타(新潟)현에서 기술연수를 받던 김영성(66)씨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그날 김씨를 저녁식사에 초대한 일본인 사장의 집에 ‘거북선도’가 걸려 있었다. 일본인 사장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고대 일본의 전함입니다."식사는 뒷전이고 설전이 벌어졌다. "임진왜란 아세요? 그때 왜선이 거북선한테 얼마나 당했는데….(김씨)" "근데 왜 한국엔 거북선이 남아 있지 않습니까?(일본인 사장)"

화가 치민 김씨는 귀국하자마자 조선실록, 경국대전, 난중일기, 임진장초 등 거북선 관련 서적 80여종을 닥치는 대로 모았다.

그렇게 거북선과 인연을 맺었다. 내친김에 전공인 금속조각을 살려 거북선 모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올해로 27년째다. 그는 사비를 털어 2~3년 걸려 만든 거북선을 부수고 또 부수었다. "도공이 공들여 지은 자기를 깨뜨리는 것과 같죠. 전 장사꾼이 아니라 연구가이니까요."

한때 공들였던 모형들도 지난해 이맘 때 다 박살을 냈다. "거북선의 후진원리를 규명해 원형의 88%를 복원한 작품을 만들었거든요. 그러니 전에 만든 건 거북선이 아닌 셈이죠." 30일 그는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 군함 모형전’에서 ‘조선수군의 거북선 재조명’이란 주제로 연구성과를 발표한다. 거북선 후진원리를 재현할 길이 1.5m짜리 거북선 모형도 공개한다.

거북선의 후진 여부가 관심을 끄는 것은 이유가 있다. 임진왜란 당시 돌격선으로 쓰인 거북선은 함포사격은 물론이고 충파(衝破)공격도 담당했다. 부딪치고 빠지기 위해선 후진이 필수라는 것. 하지만 지금까지 그 원리가 밝혀지지 않아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그는 "거북선 구조가 복잡한 데다 자료를 잘못 해석했기 때문"이라며 "노는 놔두고 격군의 위치만 반대로 바꾸면 후진이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모형뿐 아니라 실제 배의 후진원리 규명을 위해 영종도 부근에서 사람까지 구해 실험해 성공했다.

최근 KBS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 등장하는 거북선이 역사왜곡 시비를 겪는 등 거북선 원형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게 사실. 김씨는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거북선은 모두 8가지 종류가 있다. 그 중 널리 알려진 게 철 갑판에 용머리를 쳐든 전라좌수영 타입과 나무 갑판에 용머리가 선체와 수평을 이룬 통제영(경상우수영) 타입이라는 것. "드라마에 나오는 거북선은 쉽게 말해 둘을 합한 영호남 화합형입니다."

28일로 460회 충무공 탄신일을 맞는 그의 감회 역시 남다르다. "충무공은 지략과 용맹이 뛰어난 명장이죠. 하지만 심복까지 참수할 정도로 잔인했어요. 거북선은 구조가 복잡해 군기가 바짝 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죠. 그러니 충무공의 ‘일벌일계’ 방침은 거북선을 움직이기 위해, 전쟁에 이기기 위해 불가피했죠."

거북선 얘기에 시간가는 줄 모르던 그는 가족에 대해 묻자 주춤했다. "선친께선 친일파였어요. 부끄러웠죠. 거북선에 미칠 수밖에요. ‘(친일행위를) 반성한다. 열심히 해서 꼭 복원해라’라는 유언을 받고서야 선친을 용서했어요." 그는 매달 10여만원의 연금으로 생활하는 데다 불치병을 앓고 있는 딸(35)까지 있다. 한 척에 90여만원이 드는 거북선 모형을 만들기 위해 지인들에게 손 벌리기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도 연구를 멈출 수 없다. "자꾸 욕심이 생겨요. 88%를 복원했으니 89%, 90%…. 그러다 보면 거북선을 완벽하게 복원할 날이 오겠죠. 8종류의 거북선 모두 만들 겁니다. 그때까진 숨이 붙어 있어야 하는데…."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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