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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프지만 청산해야 할 과거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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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프지만 청산해야 할 과거잔재

입력
2005.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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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경험한 한국의 어제는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은 시기와 해방 후 60년이 되는 지금까지이다. 20세기가 열리면서 전 지구적으로 강대국의 식민지 쟁탈이 심화되었고 제3세계 국가 대부분이 강대국의 식민지배를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일제에 의한 한국의 식민통치만큼 가혹한 식민지배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강제 창씨개명, 언어 말살, 군대위안부, 징용뿐 아니라 감옥에 갇힌 사람들이 겪은 가혹한 고문 등은 일제 식민지배의 잔학성을 증명한다.

1945년의 광복은 연합군에 의한 일본 패전으로 이루어졌으나 광복과 동시에 38선에 의한 국토 분단이 씻을 수 없는 비극의 원인이 되었다. 1950년 6월 25일 공산군의 남침으로 전쟁이 일어났고 유엔군에 의해 3년간의 전쟁이 휴전으로 끝났다. 그 이후 50년 이상 남북은 대치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평화가 아닌 휴전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은 지금 이 길고 긴 휴전 상태를 평화로 바꾸느냐, 전쟁으로 이어지느냐, 극단적 대립 상태가 계속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이런 기로에서 우리 민족의 대부분은 전쟁이나 휴전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 아닌 평화정책을 거친 통일을 원한다. 나는 우리의 미래가 어렵고 험난하지만 이 평화정책을 통해 통일 되는 길을 가기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우리는 19세기 말에 주변 4대국이 그들의 이해득실을 따져 우리와 대립하던 상황을, 21세기에는 그들의 이해관계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주도 하에 협력 관계를 모색하는 실질적인 평화를 성취해야 한다. 또 이런 주변 4대국과의 긴밀한 협조는 해야 하지만 통일이 되기까지는 4대 주변 국가와 등거리 외교관계가 아니라 경중을 현명하게 조절해야 한다. 동아시아에서 균형자 역할을 하겠다는 대통령의 뜻은 남북 통일이 이루어진 이후로 미루어야 한다.

남북 간에 평화를 성취하려면 최우선적으로 일제의 식민지가 된 한 원인이었던 사색당파 간 대립의 과오를 다시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정치적으로는 여야의 대립, 빈부 격차에 의한 양극화, 세대 간·지역 간 대립, 이데올로기 간 대립을 지양하면서 나아가야 한다. 이런 망국적 대결구도를 상생의 정치문화로 바꾸기 위해서는 우선 건전한 시민운동과 언론, 종교계의 새로운 운동이 전개되어야 한다.

그레고리 핸더슨은 한국 정치는 시민대중과 권력 간 중간매개집단이 역할을 못하기에 정치권력이 소용돌이 속에 있게 된다는 데 근본문제가 있다고 했다. 중간매개집단의 강화를 토대로 우리 민족의 얼을 되살리는 차원에서 시작해야 한다. 민족의 얼은 태극기의 음양 조화와 다양성 간의 일치, 고려자기와 전통 등에 잘 나타나 있다. 또 서울올림픽의 열기나 월드컵 때 활약한 붉은 악마 응원단이 보여준 신바람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새 바람을 일으키려면 낡은 역사를 바르게 청산해야 한다. 비록 아픈 상처를 건드리는 일이지만 낡은 역사의 바른 청산이 없이는 그 상처가 우리의 미래를 가로막기 때문이다. 청산해야 할 옛 상처는 일제의 잔재만이 아니고 해방 후 오늘까지 이어온 권력지상주의, 배금사상, 포퓰리즘 등 많다. 그러나 암흑세력은 투쟁에 의해 물러가는 것이 아니라 밝은 빛이 생기는 때 저절로 물러간다.

어둠 속에 빛을, 아황산가스 속에 산소를, 탁류 속에 생물을 넣는 적극적인 운동이 펼쳐질 때 우리나라의 미래는 매우 밝다고 생각한다.

강원용 ㈔평화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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