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집안의 ‘요절복통’ 상견례를 ‘화장실 유머’로 그려낸 ‘미트 페어런츠2’와 천재시인 실비아 플라스의 비극적 삶을 다룬 ‘실비아’. 닮은 점을 찾기 힘든 두 영화에 공통점 하나가 있다. 바로 기네스 팰트로의 친어머니인 블리드 대너가 출연한다는 것. 딸 기네스 팰트로가 지닌 기품 있는 외모는 다름 아닌 어머니로부터 받은 선물이었다.
1943년 태어나 환갑을 막 넘긴 대너는 연극배우로 시작해 27세 때 브로드웨이 데뷔작 ‘나비들은 자유롭다’로 토니상을 받으며 스타로 떠올랐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수퍼맨’의 크리스토퍼 리브와는 절친한 친구사이로 함께 연극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그가 우리 나라에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작품은 ‘미트 페어런츠’(2000). 저속한 유머가 난무하는 영화이지만 대너의 품위 있는 모습은 흔들리지 않는다. ‘미트 페어런츠2’에서도 로버트 데 니로, 더스틴 호프만,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등 대배우들조차 몸을 날려 웃기는데 집착하는 반면, 그는 점잖은 말로 남편의 무례한 행동을 나무란다. 팰트로의 극중 어머니 역을 맡은 ‘실비아’는 상류층 부인 역할을 주로 해온 그의 ‘전공’이 제대로 살아난 영화다.
그는 겉모습뿐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우아함 그 자체다. 예술학 명예박사학위를 가지고 있으며 재활용과 자연 보존 등 환경운동도 30년 넘게 펼치고 있다. 미국 환경운동가위원회의 홍보대사이며 환경매체연합의 이사장이기도 하다. 평소에는 전기차를 타고 다니고 집에는 태양열 시설을 설치하는 등 공해 방지를 위한 대체 에너지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팰트로가 말 많고 탈 많은 할리우드에서 요란스러운 스캔들에 별로 휩싸이지 않으면서 품위 있는 배우로 활동하는 걸 보면 ‘모전여전’이 따로 없다.
라제기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