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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30년 베트남 리포트/ 쌀국수 등‘베流’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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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30년 베트남 리포트/ 쌀국수 등‘베流’가 번진다

입력
2005.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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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하문석(32)씨와 그의 회사 동료들이 회식 다음날 매번 찾는 해장 메뉴는 베트남 쌀국수다. 아직 베트남에 부는 한류 열풍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한국에서도 베트남 바람이 점점 커지고 있다. 국내에 파급된 베트남 문화 중 최고의 영향력은 단연 음식이다. 베트남 쌀국수는 젊은이들의 유행으로 자리잡았다. 우리 입맛에 맞는 시원한 국물과 쌀로 만든 면발이 부담없이 속을 풀어준다. 또 칼로리가 낮아 20, 30대 여성들도 가까이 한다. 1998년 프랜차이즈 형태로 선을 보이면서 마니아층 중심으로 저변을 넓히더니 어느새 전국에 150개 매장이 넘어섰다.

베트남 음식이 인기가 높은 것은 우리 식생활과 많이 닮아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대표적인 소스인 느억맘은 생선을 발효시켜 만든 것으로 우리의 액젓과 맛이 비슷하다. 같은 주식인 쌀을 이용한 담백한 메뉴들도 친근하다.

베트남 음식이 성공적으로 한국사회에 뿌리내리는 만큼이나 한국을 찾는 베트남인들도 많아지고 있다.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베트남인들은 대략 2만 2,000명. 대부분이 돈 벌러 온 근로자들이고 유학생은 600명 정도다. 농촌 총각과 결혼하러 온 베트남 처녀들도 많다. 일자리를 좇아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에 퍼져있다. 특히 손재주가 남달라 의류공장이 밀집한 서울의 동대문운동장 주변에 많이 모여 산다.

유학생을 주축으로 한 VNKR(Vietnam-Korea) 온라인 커뮤니티(www.vnkronline.net)는 한국의 베트남인들에게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3,000명이 넘는 회원들이 이곳에서 정보를 나누고 향수병을 달랜다.

한국의 교육 프로그램, 구직 코너, 한국어 강습, 한국 생활 Q&A 등 실용적인 정보를 담고있어 한국행을 꿈꾸는 베트남 현지인들의 클릭 수도 상당하다. 서울에 거주하는 회원들은 일주일에 한번씩 모이고 전국의 회원들이 모이는 공식 모임은 일년에 한 번 있다.

그러나 베트남인들의 한국사회 적응은 그리 만만치않다. 회원들은 한국생활의 최고 어려움으로 언어장벽을 꼽았다. 다음 순위는 문화의 차이와 추운 날씨다. 커뮤니티는 한국생활과 관련해 한가지 이슈를 잡고 집중논쟁을 벌이곤 한다. 최근의 관심거리는 결혼알선업체를 통한 한국 남자와 베트남 여성의 국제결혼. 알선업체를 통해 결혼한 커플 중 상당수가 문화와 생활습성의 차이로 파경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커뮤니티 서울지역 회장인 느구엔 호앙 훙(30)은 "현지에서 한국 드라마에 푹 빠진 베트남 여인들이 한국 남자들에 대해 잘생기고 매너 좋다는 환상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환상은 한국 도착과 함께 깨지고 만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한국인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어렵지만 상당수 베트남 여인들은 한국의 높은 생활 수준 때문에 참고 견딘다"고 말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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