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란 아티스트들에게는 엄청나고 대단한 소재일 수밖에 없다. 베트남전은 문학, 영화, 가요 등에도 많은 흔적을 남겼다.
참혹한 기억일수록 냉정하게 바라보기 어려운 것일까. 흥겹기만 한 김추자의 노래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1969·신중현 곡)처럼 상처는 외면한 채 김 상사가 사 들고 온 TV나 라디오만 칭찬하고픈 게 당시 우리 심정이었을 것이다.
국내에서 베트남전을 소설화하려는 시도는 1970년대 중반 이후 시작됐다. 박영한이 ‘머나먼 쏭바강’(1977)을 통해 처음으로 베트남전을 한국문학의 공간으로 끌어들였고, 황석영은 ‘탑’ ‘낙타눈깔’ ‘몰개월의 새’ 등의 단편과 장편 ‘무기의 그늘’(1987)을 썼다. 안정효도 ‘하얀 전쟁’(1983)에서 전쟁후유증에 시달리는 참전 군인의 아픔을 통해 전쟁의 허구성을 고발했다. 문학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들 작품은 전쟁참상 고발과 자기모멸의 범주를 뛰어 넘지는 못했다.
문제의식이 더 확대된 1990년대 들어 이대환이 중편 ‘슬로우 불릿’(1996)을 통해 외면하고픈 현실을 너무도 냉정하게 그려냈다. "아버지, 아버지, 내가 나무를 죽였습니까, 베트콩을 죽였습니까. 그런데 내가 왜요." 고엽제 후유증의 고통을 물려 받은 아들의 울부짖음은 우리가 외면해 온 베트남전의 그늘이다.
베트남전은 평가가 유보된 불편한 역사인데다, 제작비 부담 등으로 인해 국내에선 활발하게 영화로 만들어지지는 못했다. 안정효의 소설을 영화화한 ‘하얀 전쟁’(1992·감독 정지영)이 있고, 호러 영화 ‘알 포인트’(2004·감독 공수창)가 비교적 참신한 감각으로 베트남전에 접근한 작품이다.
할리우드 영화들은 초기에 영웅과 애국심을 앞세우는 특성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종전 후에도 아픈 기억을 보상받으려는 듯 전쟁영웅이 적을 쓸어버리는 ‘람보’류의 영화가 봇물을 이뤘다. 전쟁으로 인한 젊은이들의 상처와 비극을 담은 마이클 치미노의 1978년작 ‘디어헌터’와, 1979년 프랜시스 코폴라가 전쟁이 만들어내는 광기와 파괴적 인간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지옥의 묵시록’은 ‘가벼운’ 베트남전 영화의 경향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기념비적 작품이었다. 이후 올리버 스톤이 만든 ‘플래툰’(1986년)은 과장되지 않은 전투장면과 전혀 영웅적이지 않은 실제 군인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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