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들은 요즘 시험을 코앞에 둔 수험생 심정이다. 이번 주말 수도권 모처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열리는 ‘국무위원 재원배분회의’에서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다른 부처 장관들과 논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27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장관들은 이 회의에서 주요 국정현안을 놓고 자유 토론을 벌여 국가재원 배분의 우선 순위를 정하게 된다. 장관들이 하룻밤을 함께 지새며 토론회를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이 회의장에는 부하직원들의 배석이 금지돼 일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장관들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번 회의는 내년이후 각 부처의 예산총액한도를 정하는데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장관이 변변치 못하면 다른 부처에 예산을 빼앗기는 최악의 사태를 초래하게 된다. 장관의 준비된 역량과 ‘개인기’에 따라 부처예산 수백억~수천억원이 오락가락할 수 있는 것이다.
예산처 관계자는 "국가 예산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특정 국정현안에 대한 예산 배정이 늘어나면 소관이 다른 부처의 예산은 자연히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어떤 장관은 기획예산처가 토론회 안건을 통보해준 지난 주말 이후 산하연구원의 박사를 초빙해 개인과외를 받는 등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또 다른 장관은 저녁 6시 이후 모든 약속을 취소한 채 소속부처 국장들과 논리를 개발하기 위해 연일 회의를 갖고 있다.
이번 회의를 주관하는 예산처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평소 휴일에 출근 안하기, 정시퇴근을 중요시하는 변양균 장관도 지난 주말인 23일과 24일에는 직원들을 출근시켜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도상연습을 하는 등 회의 준비에 초비상이 걸렸다.
예산처 관계자는 "장관들이 말을 얼마나 유창하게 하느냐 하는 언변보다는 정부정책 전반에 대한 폭 넓은 이해, 자기 부처업무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논리적 토대가 이번 토론 승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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