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전대월 코리아크루드오일(KCO) 전 대표가 검찰에 자수함에 따라 철도청(현 철도공사)의 유전개발사업 의혹 수사가 빠르게 진행될 전망된다.
전씨는 권광진 쿡에너지 대표의 개인적 사업 구상에 불과하던 러시아 사할린 유전개발을 철도공사가 참여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키운 장본인이다. 특히 전씨는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을 통해 유전 전문가 허문석씨(KCO 대표)를 소개 받은 뒤 철도공사를 끌어들인 것으로 드러나 야당으로부터 허씨와 함께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로 지목돼 왔다.
◆ 자수 배경 = 전씨는 이번 사건이 불거진 뒤인 이 달 7일 우리은행이 발행한 25억여원의 당좌수표를 부도 낸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돼 20여일 간 도피생활을 해왔다. 전씨가 예상보다 일찍 자수 의사를 밝힌 데는 검찰의 전방위 압박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전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부도 수표 문제를 해결한 뒤 검찰에 나가겠다"고 밝힌 점에 착안, 채권자들을 일일이 접촉하며 전씨를 압박했다.
검찰은 또 전씨의 변호인과 가족 등을 통해 "오랜 기간 잠적할 경우 허씨가 전씨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길 수 있다"며 설득작업도 병행했다. 이미 언론을 통해 얼굴이 알려진 전씨는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오고 부도수표 회수에도 어려움을 겪자 결국 자수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 뭘 조사하나 = 검찰은 먼저 정치권 연루 의혹을 풀기 위해 전씨가 허씨와 왕영용 철도공사 사업개발본부장, 그리고 이광재 의원을 만난 경위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권광진 쿡에너지 대표는 전씨가 러시아 현지에 머무는 동안 이 의원측과 수시로 통화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철도공사의 내부 사업설명회 자리에서도 왕영용 본부장에 의해 이 의원의 이름이 거론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전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정치권 개입 여부 등은 허씨가 알고 있으며, 은행 대출과 서류 제출 등 대외업무도 허씨가 도맡았다"고 관련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검찰은 전씨를 상대로 철도공사가 무모하게 유전사업에 뛰어든 경위, 관련자 사이의 복잡한 지분 약속, 철도공사가 전씨와 권씨에게 사례금 명목으로 120억원을 주기로 한 점 등 그 동안 제기된 의혹들을 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검찰은 이 사업이 지난 노무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일정과 연관이 있었는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정보원, 주러시아 한국대사관, 산업자원부 등이 이와 관련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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