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재벌그룹 등 대규모 기업집단의 위장계열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 대선이 한창이던 2002년 10월 현대차그룹 위장계열사를 조사해 정몽준 의원 출마와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은 후 3년 만이다.
공정위는 6월1일부터 31일까지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 55개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위장계열사에 대한 서면조사에 착수한다고 25일 밝혔다.
공정위는 이에 앞서 5월 한달을 자진신고 기간으로 정해 기업들에게 제재 경감의 기회를 줄 계획이다. 자진신고 대상은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가운데 ▦동일인 및 동일인 관련자의 실제 지분이 30% 이상 최다출자자에 해당되지만 계열사로 편입하지 않았거나 ▦동일인 및 동일인 관련자의 지분이 30% 이상에 해당되지 않지만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회사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분 30% 이상 조항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임원을 겸직하고 있거나 주요 업무 결정과 임원선임 등에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위장계열사에 해당된다"며 "6월 서면조사에 이어 혐의가 드러난 기업을 대상으로 현장조사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장계열사로 드러나면, 즉각 계열편입이 돼 출자총액제한 등 각종 규제를 받게 되며, 사안이 심각하면 검찰에 고발된다. 이 경우 해당 기업은 검찰에서 자금 출처조사 등 강도 높은 수사를 받게 된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귀국하지 못하는 가장 큰 걸림돌도 공정위가 대우 위장계열사를 검찰에 고발한 상태이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 집단들이 출총제 등 각종 규제를 피하거나 2세에게 편법 지분 양도를 목적으로 위장 계열사를 이용하는 사례가 여전히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히는 등 이번 조사 착수에 앞서 이미 상당 부분의 혐의 내용을 포착했음을 시사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