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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말리는 영화광' 이용경 KT 사장/ "집에도 車에도 나만의 영화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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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말리는 영화광' 이용경 KT 사장/ "집에도 車에도 나만의 영화관 있죠"

입력
2005.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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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경 KT 사장은 영화 마니아다. 얼마전에 ‘밀리언달러 베이비’ ‘말아톤’ 등을 봤고, 요즘에는 아무리 바빠도 세계적인 시각장애 소울 가수 레이 찰스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레이’ 만큼은 꼭 감상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터다. 고교(경기고) 시절에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카사블랑카’ ‘쿼바디스’ 등 명작은 빠짐없이 봤다. 극장에서 교사에게 적발돼 혼이 난 적도 여러 번이다.

이 사장은 1991년 미국 통신회사 AT&T에서 근무하다 귀국하면서 마련한 서울 방배동 자택 방 하나를 아예 ‘작은 영화관’으로 꾸며놓았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이 사장 만의 공간이다. 2002년 KT 사장에 취임했을 때 10년 가까이 쓰던 비디오 기기를 들어내고 대신 DVD를 기반으로 한 홈시어터 기기를 들여놓았다. 바쁜 업무 때문에 영화관을 제 때 찾을 수 없을 것 같아 큰 맘 먹고 제대로 된 영상 기기를 구입했다.

"KT 사장이 됐을 때 개봉 영화를 제 때 보지 못할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는데, 새비디오 기기를 들여온 첫날 선명한 화면과 음향을 감상하곤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이 사장은 전문가 답게 홈시어터를 이루는 오디오·비디오 기기를 하나씩 구입해 자신만의조합을 구성했는데, 오디오 스피커 만큼은 미국에서 쓰던 보스(Bose) 제품을 그대로 쓴다. 예나 지금이나 귀에 익은 소리를 변함없이 들려줘 편안한 친구 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이 사장의 승용차에는 12인치 모니터가 부착된 휴대용 DVD 플레이어가 있다. 분초 단위로 시간을 쪼개 사용하는 바쁜 일정 속에 이동하는 시간 짬짬이 이 사장은 영화도 보고 영상자료도 챙겨본다.

직원 3만8,000여명을 이끄는 국내 최대 정보통신(IT)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답게 각종 IT, 비디오·오디오 기기에 정통한 이 사장이지만 ‘콘텐츠’ 면에서도 전문가 다운 지식을 자랑한다. 로버트 드니로, 잭 니콜슨 등 유명 외국배우의 출연 작품은 제작연도와 출연배우, 스토리 등을 꿰고 있다. 그는 "스토리 전개가 유치하고 영상미도 떨어지던 시절의 한국 영화도 웬지 그런 ‘저급미’가 마음에 들어 즐겨 봤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영화에 대해서도 애정이 많다. 이 사장이 좋아하는 영화배우는 아놀드 슈워제네거. "근육질의 그가 종횡무진하며 복잡한 문제를 시원스럽게 해결하는 장면을 보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는 게 이유다.

그는 ‘골프가 육체노동적 오락이라면 영화감상이야말로 순수 오락’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하지만 영화감상을 단순 스트레스 해소용으로만 활용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 사장은 작가와 감독, 영화배우 등이 영화를 통해 발산하는 상상력과 도전정신이야말로 하루가 다르게 경영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기업이 생존을 위해 갖춰야 할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믿고 있다. 그는 영화를 볼 때마다 메모지를 휴대한다. 도중에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이 사장은 영화를 통해 발상의 전환을 위한 힌트와 통찰력, 영감 등을 얻었고, 그것을 통해 KT의 변화와 혁신 방향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이 사장은 "임직원들 사이에 변화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다지려면 더 철저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솔개론’을 끄집어냈다. 솔개는 최고 70년을 사는데, 장수하는 솔개는 40살이 됐을 때쯤 자신의 부리와 발톱을 모두 닳게 하거나 뽑아내는 아픔을 겪은 뒤 새로 돋아난 부리와 발톱으로 나머지 30년을 산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KT에 더 거센 변화와 혁신의 바람이 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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