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를 움직이는 힘이 백악관으로 집중되면서 중국에 대한 위안화 절상 공세를 지휘하는 사령부가 되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에는 거물 스타장관인 로버트 루빈과 래리 서머스 등이 버티고 있던 재무부가 환율 등 주요 경제정책을 주물렀던 것과는 달리 조지 W 부시 2기 행정부는 백악관 핵심 참모그룹이 경제를 움직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최근 부시 행정부가 갑자기 중국 위안화 절상 공세를 강화하는 것은 백악관이 재무부를 제치고 경제정책 전반을 장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재무부가 갑자기 중국에 유연한 환율을 강경하게 요구하고 나선 것도 백악관에서 주문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재무부의 입장을 미 의회 보호무역주의 의원들의 압력을 우려한 백악관이 뒤집었다는 것이다. 위안화 절상에 대한 재무부의 이런 갑작스러운 입장 선회에 구체적으로 백악관의 누가 압력을 넣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딕 체니 부통령과 앤드류 카드 비서실장, 그리고 부시 대통령의 최고 브레인으로 불리는 칼 로브 비서실 부실장 겸 수석 정치고문, 조슈아 볼튼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으로 이뤄진 경제 정책 4인방의 입김이 작용한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반면 존 스노 재무부 장관은 사실상 정책 결정에서 배제된 채 백악관이 정한 정책의 홍보를 담당하는 수준으로 격하됐다. 롭 니콜러스 재무부 대변인은 이 같은 보도를 공식적으로 부인했으나 스노 장관이 정책 홍보에 힘쓰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부시 행정부 2기에 들어서 백악관의 핵심 실세들은 경제정책에 대한 주도권을 더욱 강화했다. 국방부 장관 출신인 딕 체니 부통령은 전문분야가 아니지만 부시 2기의 핵심 과제인 사회보장제도 개혁 업무를 맡아 직접 관장하고 있다.
칼 로브 정치 수석고문도 2월 비서실 부실장을 겸직한데다 백악관 경제관련 기구인 국가경제위원회와 국내정책위원회의 위원장까지 담당하며 감세에서 에너지 정책까지 손대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