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음악을 작곡된 당대의 악기와 방식으로 연주하는 원전연주는 20세기 후반 서구 음악계의 혁명이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악기나 주법이 오늘날과 크게 달랐기 때문에 옛 음악을 온전히 만나려면 원전연주를 통해야 한다. 옛 악기들은 음량이 작고 소박하지만 좀 더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소리를 낸다. 유럽에서는 고대·중세·르네상스·바로크음악의 원전연주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소수의 학구적 관심에 머물던 원전연주가 붐을 이루게 된 변화를 음악학자 알프레드 뒤르는 ‘야당이 정권을 잡았다’고 표현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외국의 유명 연주자나 단체가 잇따라 와서 고음악 원전연주를 선보이면서 애호가 층이 넓어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에 의한 원전연주는 겨우 걸음마를 떼는 단계. 국내 첫 원전연주 단체는 2002년 바로크바이올린 연주자 김진이 외국인 동료들을 모아 구성한 ‘무지카 글로리피카.’ 뒤이어 트라베르소(나무로 된 바로크 플루트)와 류트, 쳄발로, 리코더 앙상블인 ‘타펠 무지크’, 한양대 음악연구소가 만든 ‘콜레기움 무지쿰 한양’이 지난해 출범했다.
원전연주로 바흐를 만나는 ‘서울 국제 바흐 페스티벌 2005’가 5월19일 개막한다. 한양대 음악연구소가 주최하는 행사는 바흐의 실내악과 칸타타를 중심으로 삼고, 원전연주와 학술포럼을 아우르는 본격적인 바흐 음악제. 빌란트 쿠이켄(바로크첼로), 로렌스 드레이퍼스(비올라 다 감바), 케틸 하욱산드(쳄발로), 마하엘 라둘레스쿠(오르간) 등 원전연주의 명인들과 쿠이켄 앙상블, 바흐 콜레기움 재팬 등 최고의 단체를 초청해 2주 간 여섯 차례 음악회를 연다.
첼리스트이기도 한 강해근 한양대 음악연구소 소장은 "고음악 운동의 출발점이자 중심이 바흐의 음악이고, 최근 전세계에서 일고 있는 ‘제 2의 바흐 르네상스’도 원전연주가 주도하고 있다"면서, "우리 음악계가 이러한 변화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 것이 안타까워 바흐 페스티벌의 주제를 원전연주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 축제는 또한 바흐 음악의 핵심을 망라하고 접하기 힘든 걸작을 포함시킨 기획의 짜임새 측면에서도 높이 평가된다. 특히 바흐 실내악의 최고봉인 ‘음악의 헌정’ 전곡 연주나 비올라 다 감바를 위한 소나타 전곡(1, 2, 3번)연주는 국내 처음이다. 바흐 칸타타 전문단체 바흐 콜레기움 재팬이 명동성당에서 연주할 교회 칸타타도 놓치면 몹시 아까울 것 같다. 문의 (02)2200-1512
오미환기자 mhoh@hk.co.kr
■ 공연일정
●케이텔 하욱산드 쳄발로 독주회
5월 19일 오후 7시 30분 금호아트홀
토카타 마단조, 전주곡과 푸가 가단조, 이탈리아 협주곡 등
●미하일 라둘레스쿠 오르간 독주회
5월 20일 오후 7시 30분 횃불선교회관
토카타 마장조, 소나타 3번, ‘깨어라, 부르는 소리 있도다' 등
●빌란트 쿠이켄 바로크첼로 독주회
5월 22일 오후 7시 30분 영산아트홀
무반주 첼로 모음곡 2, 3, 5번
●로렌스 드레이퍼스 비올라 다 감바 연주회
5월 24일 오후 7시 30분 금호아트홀
비올라 다 감바 소나타 전곡(1~3번)과 마랭 마레의 모음곡 마단조
●쿠이켄 앙상블 연주회
5월 25일 오후 7시 30분 영산아트홀
‘음악의 헌정' 전곡, 플루트 소나타 마단조, 트리오 소나타 사장조 등
●바흐 콜레기움 재팬 연주회
5월 30일 오후 8시 명동성당
지휘 마사아키 스즈키. 교회 칸타타. ‘나 기꺼이 십자가를 지겠노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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